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심야에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도로에 나와 택시를 잡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중소벤처기업부가 ‘택시콜 몰아주기’ 혐의로 수백억 원대 과징금만 부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검찰 의무고발 절차에 착수했다.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피해 정도를 기준으로 고발요청 결정을 하는 점, 검찰이 인터넷 플랫폼 등 IT 기업의 신종 갑질행위 처벌에 무게를 두는 추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카카오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

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기부는 전날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자료제출 요청 통지를 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2014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 됐으며, 중기부가 요청하면 공정위는 고발해야 한다. 자료제출 요청은 의무고발 요청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열기 전에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절차다.

공정위는 앞서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을 운영하면서 알고리즘 등을 조작해 콜을 몰아주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했다고 보고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반행위의 위법성이 낮다는 판단 등에 따라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반면 중기부의 의무고발요청 기준에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은 다른 법 위반 행위에 가운데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항목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에 미치는 피해 정도, 피해 구제 여부, 재발방지 조치 여부 등을 점수화해 심사 하기 때문에 공정위 판단과는 달리 고발요청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94.5%, 가맹택시 시장 점유율은 73.7%다.

공정위는 이 사건 의결 4달여 만인 지난달 13일 의결서 작성을 완료하고, 열흘 뒤인 23일 중기부에 의결서를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공정위가 내부규정에도 불구하고 늑장을 부려 사건처리 과정을 지체시켰다는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내부규정은 의결 35일 내에 의결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과징금 관련 자료제출이 필요한 경우라도 70일 내로 규정하고 있다. 판결문에 해당하는 의결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중기부나 검찰 등 타 기관이 고발 여부 심사나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공정위가 의결서 작성 시한을 자주 넘기지만 그 중에서도 4달은 이례적"이라며 "중기부 자체 심사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7월로 예정된 심의위에는 안건 상정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10월 이후에나 의무고발 심사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네이버가 비슷한 고발 및 수사 절차를 거쳐 기소됐다. 공정위는 2020년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는 네이버에 대해 검찰 고발 없이 과징금 10억 원만 부과했었다. 이듬해 11월 중기부가 공정위에 의무고발 요청을 하고, 검찰이 수사를 거쳐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겼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