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시민단체와 회견
“거부권 남발은 위헌” 공세

더불어민주당이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저지를 위한 압박에 나섰다. 법안 통과는 물론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와 공동 전선을 형성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여론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교수·연구자·법률가 등 9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및 대통령의 거부권 추진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에 노란봉투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상대 쟁의 행위에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소송이 뒤따라 온다”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변을 비롯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노총 법률원,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노란봉투법이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돼 통과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강행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대통령실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을 두고도 맹공을 가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공권력의 행사일 뿐”이라며 “이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정당성과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확인됐고, 따라서 이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법안 통과도 전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헌’으로 못 박으며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야당이 추진하는 주요 민생 입법이 번번이 좌초되자 법안 통과 전부터 대통령의 거부권을 공격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한으로 이를 위헌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30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표결에 나서겠다고 한 것에 대해 “국회법에 따라 30일날 직회부 여부를 묻는 표결은 있겠지만 이제까지 직회부한 날 당일 표결한 적도 없고 그런 관례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