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안동 영양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희생자 명단이 수록된 ‘제4대 국회 보고서’ 양민 피살자 신고서. 진실화해위 제공.

초등학교 4학년 아들 군홧발로 차내고…

1949년 11월 어느 날, 경북 영양군에 살던 김모 씨는 춘양국민학교로 연행됐다. 인근 일월산에 주둔하고 있던 빨치산들에게 소금·쌀 등 식료품을 수탈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인들은 김 씨와 마을주민 11명을 잡아갔는데, 김 씨는 특히 ‘김일성’이라는 이명((異名) 때문에 더욱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현장에서 즉사했다. 군인들은 “아버지를 풀어달라”고 애원하는 초등학교 4학년 김 씨의 아들을 군홧발로 밀어버렸다.

한국전쟁 전후 경북 안동·영양 지역에서 민간인 18명이 빨치산에 협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희생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경북 안동·영양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등 7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49년 1월에서 1950년 9월 사이 경북 안동시 녹전면·예안면 등 7개면 9개 리에 거주하던 지역 주민 18명이 안동·영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국군 등에 의해 불법 고문을 당하고 살해됐다. 빨치산에 협조한 혐의가 있거나 부역 혐의자의 가족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들은 모두 비무장 민간인 남성으로, 20대와 30대 농민들이 가장 많았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95세의 최고령 유족인 김모 씨는 23살 때 빨치산의 강요로 밥을 해줬다는 이유로 남편과 같이 경찰서로 끌려갔다. 남편은 도중에 총살됐고, 조사를 받고 풀려난 김 씨는 돌아오는 길에 남편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관인 군과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을 법적 근거 없이 살해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가와 지자체에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 사업 지원 등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