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찰에 붙잡힌 일당이 부당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애인이나 배우자의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알려준다”며 SNS에 올린 광고글. 뉴시스

경기남부경찰청, 불법 앱 제작해 부당이득 취한 일당 15명 검거
전국 6400개 업소가 회원…월 수익 3억으로 집 사고 수입차 타고 호화생활


전국의 성매매 업소를 회원으로 두고, 업주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성매수 남성들의 개인정보 약 5100만 건을 불법 수집해 공유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모바일 앱 운영자 A(40대) 씨 등 15명을 검거해 A 씨와 인출책 B(60대) 씨 등 3명을 최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성매매 처벌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앱 이용료 명목으로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금 약 18억4000만 원은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

A 씨는 2019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직접 앱을 만들었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의 성매매 업소 6400여 개를 이 앱의 회원으로 가입시켜 범행을 주도했다. 앱은 사전 인증 절차를 거친 업주가 새로운 고객이 올 경우 다른 업소 이용 기록을 확인, 경찰 단속을 피하고 고객 성향을 파악하는 데 이용됐다.

A 씨가 만든 앱을 성매매 업주가 영업용 휴대전화에 설치하면, 저장된 전화번호와 이용자 특징을 기록한 메모가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다. 이어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DB 정보가 자동으로 매칭돼 어떤 성향의 고객인지, 경찰인지 여부가 확인된다. 전국 성매매 업소 업주가 보유한 정보가 앱을 통해 서로에게 공유된 셈이다. 이렇게 불법 수집된 개인정보는 무려 5100만 건에 달했다.

수집된 메모에는 성매매 업소 이용기록, 단속 경찰관 여부, 영업을 힘들게 하는 ‘진상손님’ 여부, 성(性)적 취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앱에 가입된 업소들은 대부분 오피스텔 성매매, 출장안마, 타이마사지, 키스방 등으로 밝혀졌다.

A 씨 등이 제작한 앱은 다른 범죄에 악용되기도 했다. 경찰은 “애인과 배우자의 성매매업소 출입기록을 알려준다”고 SNS 등에 광고한 후 부당이득을 취하는 ‘유흥탐정’과, “성매매업소를 다닌 것을 주위에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도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A 씨는 범행 기간 업주당 월 10만 원 정도의 정보 이용료를 받아, 많게는 월 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벌어들인 불법 수익금으로 인천 송도와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 용인시 단독주택을 차명 계약해 사용했다. 현금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해 유흥주점을 다니기도 했다.

경찰은 2022년 4월 이번 사건 관련 공범을 먼저 검거했다. A 씨가 공범 검거 직후 도주했지만 약 6개월간 추적 끝에 체포했다. A 씨는 수배된 상태에서도 앱 명칭만 바꾼 채 대포폰과 대포통장,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을 이어왔다. 수익금을 인출하는 인출책에게 대포차와 전기자전거 등을 이용, 전국 각지를 돌면서 출금하도록 하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A 씨 등 15명을 체포해 DB를 분석, 여러 업소가 중복입력하거나 호기심으로 단순 문의한 이들의 전화번호도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서버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삭제 조치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