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2일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 두 자루. 임진왜란 2년째인 1594년 제작된 장도는 크기가 각각 196.8㎝(위), 197.2㎝(아래)로 비슷하고,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작은 사진 왼쪽)’,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임진왜란 2년째 1594년 제작
‘석자 칼로 맹세하니 산하 떨고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 물들어’
충무공 직접 지은 시구 새겨져
보물 지정 60년만에 승격 결정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은 이 시구를 새긴 장도 두 자루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22일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는 ‘이순신 장도’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 쌍(두 자루)으로 이뤄져 있는 ‘이순신 장도’의 길이는 각각 196.8㎝, 197.2㎝이며 칼집을 갖추고 있다. 쉽게 사용하기 힘들 만큼 검의 길이가 길어, 이순신 장군이 실제로 전투에서 사용했다기보다는 의전용으로 쓰거나 곁에 두고 정신을 가다듬는 용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도가 만들어진 것은 1594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2년 후인 이때는 전염병과 기근으로 많은 조선인이 고통을 겪던 시기다. 두 자루의 장도에는 각각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새겨져 있다. 대대로 이순신 장군 후손들을 통해 전해 내려온 장도는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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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도’는 지난 1963년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돼 ‘요대(腰帶·허리띠)’ ‘옥로(玉鷺·갓 위를 장식하는 옥 공예품)’ 등과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더불어 다량의 문화재들이 보물 또는 국보로 지정되던 때다. 그러다 이후 ‘이순신 장도’ 등 유물들이 국보로 승격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보 승격을 주장한 전문가들은 ‘무(武)를 경시하는 문화’ ‘살상 무기에 대한 거부감’ 등의 이유로 이순신 장군의 유물들이 국보로 지정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지난해 국회에 ‘이순신 장군 유물 일괄 국보 지정에 관한 청원’을 접수했고 현충사도 지난해 8월 문화재청에 이순신 장도의 국보 승격 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조사를 실시해 최근 국보 지정 결정을 내렸다.

‘이순신 장도’는 붉은 페인트가 칠해졌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한 차례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장도에 칠해진 붉은색이 전통 안료가 아닌 현대에 제작된 화학 안료인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2014년 페인트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

문화재청은 ‘이순신 장도’에 관해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가 탁월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며 제작기술과 예술성이 우수하다. 국보로 지정해 보존, 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요대’를 보관하는 원형 나무함인 ‘요대함’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