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초 전남 고흥군으로 귀어한 강해성 씨가 낙지잡이 조업을 나가기 위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강해성 씨 제공

■ 지역소멸극복 현장을 가다 - (5) 일자리 창출이 답이다 <끝>

고흥군 ‘새내기 어부’ 강해성씨
5주간 실습 등 거쳐 낙지잡이 중

지자체들 ‘농촌서 살아보기’ 등
귀농어귀촌 지원 인구소멸 막아

고흥=김대우 · 상주=박천학 · 태안=김창희 기자

“바다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어부의 삶을 사는 게 꿈입니다.” 올해 초 전남 고흥군 영남면으로 귀어한 강해성(47) 씨. 지난해 상반기 전남도 산하기관인 전남해양수산과학원 귀어학교를 졸업한 강 씨는 올해 정부지원금으로 2.8t 어선을 건조해 이제 막 조업을 시작한 4개월 차 새내기 어부다.

강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남 광양제철소 협력업체에서 20년간 근무한 회사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부였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어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시생활에 점차 지쳐갈 무렵 귀어학교를 알게 되면서 어부에 대한 꿈을 실천으로 옮겼다. 5주간의 교육을 통해 귀어 관련 정책과 현장 실습을 모두 체득한 강 씨는 연안 복합 주낙어업 면허까지 취득해 낙지와 갯장어(하모)잡이를 하며 어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홀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는 강 씨는 “막상 귀어하려니 겁도 났지만 귀어학교를 통해 어업 현장 체험과 선배 귀어인 노하우를 전수받아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초보 어부지만 하루빨리 정착해 올 연말에는 아내·세 자녀와 함께 고흥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씨가 귀어를 결심하게 된 것은 귀어학교의 도움이 컸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지난 2020년부터 귀어학교를 운영해 강 씨와 같은 귀어인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귀어학교는 2020년 6월 첫 개교 이후 8기 교육과정까지 13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생 48명이 어촌생활을 시작했으며, 이 중 46명이 전남에 정착했다. 충남 태안군도 ‘귀어 1번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해양수산부·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귀어귀촌인 통계’에서 태안군 귀어인은 161명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전남과 충남이 ‘귀어 1번지’라면 경북 상주시 모동면 정양마을은 ‘귀농·귀촌 1번지’로 급부상한 마을이다. 상주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정양마을 귀농·귀촌 가구는 20가구 40명으로 전체 65가구 145명의 약 30%에 달한다. 귀농·귀촌이 늘면서 올해 이 마을 인구는 2004년 52가구 116명보다 13가구 29명이 늘었다.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 최북단 봉화군에도 해마다 평균 415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군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로 이뤄져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오지지만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자연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 봉화군은 2008년부터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해 귀농·귀촌 교육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멸위기 지자체들이 ‘농촌에서 살아보기’ 정책 등을 앞다퉈 추진하면서 귀농어귀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 귀농어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농산어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46만 명이던 전국 귀농어귀촌 인구는 2020년 49만5000여 명으로 늘었고 2021년 51만6000여 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