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시청·중구청 공무원 500여 명과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 1500여 명이 지난 17일 집단 몸싸움을 벌인 초유의 해괴한 일은, 집회 및 시위 문화의 정상화·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었다. 당연히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헌법 제21조). 그러나 국민의 또 다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면 제한을 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동안 공권력은 도로 점거 등 일반 시민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에 대해서도 법률 미비 등을 이유로 수수방관해 왔는데, 이런 현실이 충돌로 이어졌다.

이날 퀴어문화축제 시설물의 도로 점거와 관련, 대구시 측이 ‘공공도로 점용 시 관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도로법을 어긴 불법’이라며 설치 저지에 나서자 대구경찰청 측이 ‘적법하게 신고한 집회는 보장돼야 한다’며 공무원들을 밀어냈다. 앞서 대구시는 ‘집회 장소의 버스 운행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경찰 측 요청에 대해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가 집회 성격을 판단 근거로 했다면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집회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 허가 없이 도로를 점거하고 통행을 차단해 마음대로 집회를 하는 자유는 우리 법에 없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집회용 무대 등을 도로에 설치하기 위해 ‘도로 점용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경찰 대응도 문제다. 집시법 제12조는 주요 도로에서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2일 민노총이 출근시간대에 간선 도로 6개 차로를 가로막고 무대를 설치할 때 경찰은 2개 차로를 추가로 통제하기도 했다. 최근 기득권을 유지·확대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탈법·불법 집회가 많고 시민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집회 신고 시 장소와 시설물, 동원 장비 등을 특정하도록 집시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는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경찰도 현행법 조항을 적극 적용하고, 법원도 판례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