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누워있는 치매환자 평택 소재 A 요양원에서 입소 치료를 받고 있는 치매 환자 김모(93) 씨가 바닥에 놓여 있는 매트리스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환자 보호자 제공

■ 가정·기관 안가리고 증가추세

작년 가해자 18%가 기관 소속
방임이 33%… 신체 학대 31%

환자 얼굴 때려 전치 14주 진단
항문에 배변 패드 넣었다 구속
“바쁘다… 알아서 챙겨드려라”
가족에게 돌봄 떠넘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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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은영(54) 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김모(93) 씨를 지난 4월 12일 평택 소재의 A 요양원에 입소시켰다. 그런데 입소 5일 만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식사 중 뒤로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하면서다. 주말마다 온 가족들은 요양원을 방문해 아버지를 돌봤고, 이 과정에서 A 요양원의 열악한 환경을 목격했다. 김 씨는 15일 “보호사들이 의식이 전혀 없는 아버지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고는 그대로 눕혔고, 아버지가 바닥에 변을 봤을 때는 바닥에 누워 있는 아버지 주변을 화장실 대걸레로 치우는 등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근로자의 날 하루 전인 4월 30일에는 요양보호사가 ‘오늘 사람이 없어 혼자 21명의 노인을 돌봐야 해 바쁘다’며 아버지를 알아서 챙기라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좀처럼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급히 방문한 병원에서 충격적인 진단을 들었다. 요양원에서 밥을 억지로 먹이는 과정에서 밥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왔고, 심신 안정제 등 약물을 과다복용하면서 신장 기능 악화로 고나트륨 혈증이 발병해 즉시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콧줄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보호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저희 가족에게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가족에게서 소외돼 기관에서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은 학대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A 요양원은 “22명의 요양보호사가 42명의 입소자를 돌보고 있어 인원은 부족하지 않았다”며 “약물은 가족 측에서 늘려달라고 부탁한 것이고, 밥을 억지로 먹인 적도 없는데 오히려 김 씨의 아버지가 난폭하게 굴어 요양보호사들이 힘들어했다”고 학대 의혹을 부인했다.

김 씨의 우려처럼 실제 요양원 등 노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의 ‘2022년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 학대 발생 장소 중 ‘생활시설’은 662건으로 전년(536건)에 비해 23.5%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전남 광양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치매 환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요양보호사 A(51) 씨는 80대 치매 환자의 기저귀를 갈던 중 환자의 얼굴을 6차례 때리고, 다리를 젖히는 과정에서 골절시켰다. 환자는 해당 폭행으로 대퇴부 골절과 피부 괴사 등 전치 14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전북 군산에서는 치매 환자의 주요 부위에 일회용 비닐봉지를 묶는 등 학대한 요양보호사 4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요양병원 학대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소재 한 요양병원에서 한 간병인은 뇌 병변 장애를 앓는 노인의 항문에 배변 패드 4장을 넣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간병인은 병상에 까는 패드를 가로·세로 약 25㎝ 크기의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범행을 저질렀으며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매트 조각을 항문에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약 2만 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학대 사례 판정 건수는 6807건으로 5년 전인 2018년(5188건)에 비해 31% 증가했다. 노인 학대 발생 장소의 86%는 집이었으며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34.9%)·아들(27.9%) 등 가족의 비율이 높았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