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에 영향받아 가격의 끝자리가 90원 또는 900원인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된 가운데 6월 들어 한우 불고기 300g 한 팩을 9900원(왼쪽 사진)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900원(오른쪽 〃)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GS25·세븐일레븐 제공

■ 유통가, 가성비 경쟁 후끈

찜용 소꼬리 1만4900원 판매
미니선풍기는 1만6900원에
한정판 와인 3만1900원 내놔

고객만족·판매돌풍 ‘일석이조’
고물가에 소비자 마음 잡기
일부선 저품질로 인식 단점도

‘○900원, ○◇900원에 끊어라!’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가성비 제품들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2990원, 9900원, 1만4900원 등처럼 가격의 끝자리가 90원 또는 900원인 소비재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격 끝자리에 숫자 9를 넣는 것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도 활용해온 전략적 판매 기법이다. 국내외 학계에서 학술연구가 다수 이뤄졌을 정도다. 최근 들어선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감안, 그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미국산 소 알꼬리 찜용(900g·냉동)’을 6월 한 달간 50% 할인 혜택을 제공해 1만4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GS25의 히트 상품인 ‘ㅋㅋ만두’(395g)의 가격은 4900원이며, GS프레시몰도 투뿔(1++) 등급 불고기(300g)를 9900원에 판매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되는 터빈미니선풍기(1만6900원), 넥쿨러(1만9900원), 캠핑선풍기(5만4900원), 넥쿨러 컴포트형(3만9900원) 등 여름용 상품은 끝자리 가격이 모두 900원대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도 ‘1865 리미티드 셀렉션 20주년 와인(750㎖)’을 3만1900원 등에 내놓았다. 이커머스 위메프는 7월 8∼9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개최되는 워터 페스티벌 티켓 가격을 △토요일(1일권) 10만9000원 △일요일(1일권) 9만9000원 △양일권 18만9000원 등으로 정했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가격에 특히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도시락류 중에서 숫자 9를 자주 볼 수 있다. 한솥의 송정식 떡갈비 도시락은 6900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50여 종의 밀키트 제품을 모두 9990원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물가 상승에 민감한 소비자를 자극하지 않고, 제품 가격의 저항선을 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으로 평가받는다. 최대한 가격을 낮춤으로써 ‘더 이상 저렴할 수 없다’는 인상을 줘 구매를 자극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만약 제품 가격이 9900원이라면 소비자들은 1만 원이 아닌 9000원의 제품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할인된 가격이라는 이미지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 논문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선’을 넘지 않는 극적 가격대는 일반적으로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CU가 지난 4월 출시한 2900원의 피자득템 제품은 5월 냉동 간편식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GS25가 지난해 내놓은 3900원짜리 실속PICK계란(12구)과 9000원짜리 실속PICK쌀(4㎏)은 각각 300만 구, 1000t 판매 실적을 넘겼다.

하지만 저품질 제품으로 인식되는 단점도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90원, 900원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상 제품 고급화를 포기하고 매출 증대 쪽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최근 거의 모든 유통채널이 이와 같은 가격 책정 방식을 쓰면서 소비자들이 새 상품에 대한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