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도덕적 해이 근절”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민간단체 보조금·교육재정교부금 감사에서 드러난 부정과 비리에 대해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尹, 검증 강화 지시

“횡령·서류조작 등 부당사용
납세자에 대한 사기이자 착취”
부처예산 재검토해 내년 반영

교부금 남용·비위사례도 지적
“교직원 부정·비리의 토양 돼”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보조금은 불법 부당하게 용도를 벗어나 사용하는 단체에는 절대 지급되어선 안 된다”며 각 부처에 보조금 예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본예산 기준 102조3000억 원에 달하는 각종 국고보조금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과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조금이라는 것은 사용 내역과 관련 자료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단체에게만 지급하는 것”이라며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검토해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매년 보조금 규모를 4000억 원씩 늘리고서도 정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29개 부처별로 최근 3년간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사업(9조9000억 원 중 6조8000억 원 대상)을 감사한 결과 드러난 부정 사용 집행 사례는 1865건에 달했다. 민간단체들은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횡령하거나 해외여행, 가족 간 내부 거래 등을 통해 보조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이 ‘정권 퇴진’ 운동을 위한 강의료나 유흥비로 쓰인 사례도 적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감사를 통해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적발됐다”며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등 부정의 형태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보조금은 전체 보조금의 18.8%(19조2000억 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81.2%(83조1000억 원)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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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합동점검에서 드러난 대규모 위법 부당 사례도 언급하고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세수가 증가하여 교육교부금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은 남발되고, 검증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고 했다. 일부 학교에선 교육교부금으로 심야에 치킨을 시켜 먹거나 교직원 뮤지컬 관람과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음파 전동칫솔 구입에 사용하기도 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줄줄 새어나간 혈세가 결국 문재인 정부 채무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 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다”며 “이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 외에도 국회의원 법안을 통한 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에 지급될 보조금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5000억 원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부정이 적발된 사업, 최근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 선심성 예산이 구조조정 도마 위에 오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조금 구조조정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렇게 확보한 예산은 정부 중점 사업에 투입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초급 사관과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