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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헌법 97조’ 해석 황당하다

  • 입력 2023-06-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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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하는 근거로 헌법 제97조를 들고 있다. 참으로 황당한 논리다. 헌법은 분명히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감사원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행정기관은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뜻이지, 그 설치 근거나 소속과 관련된 개념이 아니다. 중앙선관위가 수행하는 선거관리 및 정당사무 처리는 당연히 행정업무다.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기관인 국회와 사법기관인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관은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이다. 그 설치 근거가 헌법이냐 법률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또, 그 소속이 어디냐도 중요하지 않다. 맡은 업무가 행정업무라면 헌법기관이라도 당연히 행정기관이다.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도 그래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는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직무를 정하는 감사원법에서 국회와 법원 및 헌법재판소만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도 앞서 말한 헌법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금이라도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제한 없이 수용해야 한다. 소쿠리 투표 같은 엉성한 직무 수행과 인사 비리가 끊이지 않는 중앙선관위가 무슨 염치로 헌법을 왜곡하면서까지 버티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국민의 공분 대상이 된 중앙선관위는 이번 기회에 감사원의 철저한 직무감찰을 통해 모든 누적된 불법과 비리를 척결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대의민주정치에서 선거는 대의정치의 출발점이다. 가장 공정하고 빈틈없는 철저한 선거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중앙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격상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은 선거관리 행정업무의 알파요 오메가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중앙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논리는 다분히 정치적인 예단이 섞인 비법률적인 견해다. 감사원은 조직 면에서 대통령 소속이지만, 업무 수행에서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언제나 불법과 비리를 근거로 사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선거관리의 독립성 및 중립성과는 무관한 일이다.

선거관리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해친 것은 오히려 중앙선관위다. 이념 편향적인 정치적 인사로 구성된 결과다. 국민은 지난 서울시장 등 재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념 편향적인 불공정한 선거관리의 한심한 실상을 똑똑히 경험했다. 이제 중앙선관위는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우선, 선관위원들이 호선하게 돼 있는 중앙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 당연직으로 맡고 지방 선관위 위원장직도 법관들이 차지하는 위헌적인 관행부터 폐지해야 한다. 삼권분립의 헌법질서에서 독립한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를 사법부의 구성원인 대법관이 대표한다는 그 자체가 위헌적인 관행이다. 선관위의 수장으로서 공정한 선거관리의 책임을 진 대법관이나 법관이 사후에 선거범죄의 재판까지 하는 구조는 자기재판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

앞으로 중앙선관위의 위원장은 법관이 아닌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가 상근직으로 맡아야 한다. 국가 의전 서열 5위인 중앙선관위원장을 비상근 대법관이 맡는 것은 통치구조의 민주적 정당성 요청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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