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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우리말 생활 2023 - 2. 정보통신기술분야 <中>

신조어와 외국어, 외래어가 난무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는 순화되지 않은 채 우리말처럼 굳어진 외래어가 수두룩하다. 네트워킹이나 콘퍼런스, 미팅, 라운지, 이벤트, 타운, 비즈니스 등이 그 예. 그리고 오늘도 새롭게 생겨나는 외국어와 외래어가 있다. 이들은 빨리 대체되지 않으면, 앞선 말들처럼 곧 익숙해져 아예 순화할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지만, 대체어가 없는 말들에는 웨비나, 게임 체인저, 디지털 트윈, 스마트 물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있다. 모두 긴 설명이 필요한 용어들이다. 우선, ‘웨비나’(webinar)를 보자. 이는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다. 인터넷 웹사이트상에서 진행되는 세미나, 회의, 실시간 정보 교환, 쌍방향 프레젠테이션 등을 뜻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본격화된 후 자주 쓰이게 된 말이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어떤 사안의 흐름을 바꾸거나 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한 제품이나 사람이라는 의미. 정보통신 분야 기업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흔히 쓰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말 중 하나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도 마찬가지다. 이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주창한 개념으로,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뜻한다.

‘스마트 물류’도 쉬운 말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ICT 등 다양한 신기술로 물류 자동화 구축과 무인화 설비를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물류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근 순화어가 생기긴 했으나, 여전히 길고 복잡하다. 국립국어원이 제안하는 이 말의 대체어는 ‘인터넷 기반 정보통신 자원 통합·공유 서비스’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화나 문자 범죄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범죄에 노년층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어려운 외국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이를 막기 위해선 순화된 용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스미싱’은 ‘문자결제 사기’, ‘파밍’은 ‘사이트 금융사기’로 바꿔 써야 하며 ‘챗봇’은 ‘대화 로봇’으로, ‘보이스 어시스턴트’는 ‘음성 도우미’로 쓰면 ‘디지털 친화 어르신’(‘실버 서퍼’의 순화어)이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다.

문화일보 · 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