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3일 40대 미혼모 A 씨(붉은 원)가 강원 원주시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모습.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캡처

마트의 절도 신고로 출동했던 경찰
생후 2개월 아기 둔 미혼모 사연에
처벌 봐줄 수는 없지만 도움도 함께




아기의 분윳값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절도 행각을 벌이던 미혼모의 딱한 사정에 출동했던 경찰은 지갑을 열었다.

1일 강원경찰청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최근 벌어졌던 40대 미혼모의 절도 사건에 대한 사연을 알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용의자는 40대 미혼모 A 씨였다.

당시 A 씨는 분유와 기저귀 등 약 17만 원 상당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가려다 보안요원에 적발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후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치악지구대 고탁민(34) 경사는 A 씨의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절도범들이 경찰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내세우는 ‘흔한 사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 경사는 A 씨와 함께 그의 거주지를 찾았으나 실제로 생후 2개월 정도의 갓난아기가 울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A 씨 역시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A 씨는 이전에도 두 차례의 절도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내지 못해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3일 절도 혐의로 신고된 40대 미혼모 A 씨가 아이와 함께 현지 지구대로 나오는 모습.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캡처

A 씨의 상황을 확인한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해 A 씨에게 건넸다. 고 경사 역시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만큼 A 씨 아이가 울고 있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경사는 A 씨가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고 한다.

사건 일주일 뒤 A 씨는 전화로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며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다만 원주경찰서는 A 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