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진행된 국산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요격시험에서 미사일 표적 파괴에 성공하자 이종섭(앞줄 왼쪽 3번째)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국방부 제공

L-SAM 4번 시험발사해 3번 성공…요격성공률 75%
핵심기술인 직격자율비행체(KV) 세계 3번째 확보
2단로켓 장거리지대공요격미사일은 세계 5번째
이종섭 “미국 사드 수준, 풀업기동 미사일도 요격 체계 개발”

먼 거리에서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가 지난달 30일 네 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 시험발사에 실패한 데 비해 우리는 세계 최정상급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요격에 성공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고도 40~60㎞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추적하는 ‘시커(seeker·정밀탐색기)와 자체 레이더로 표적을 자동 추적해 탄도미사일을 격파하는 ‘직격자율비행체(KV·Kill Vehicle)’는 국내 기술로 독자개발됐다. KV 기술 보유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가 세계 3번째, 장거리 지대공요격미사일 기술은 프랑스, 러시아까지 합쳐 세계 5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달 30일 ‘L-SAM 종합 유도 비행시험’ 전체 과정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번 시험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모사한 표적탄을 탐지 추적하고, 목표 고도에서 실제 요격하는 실전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표적탄을 처음 요격한 이후 진행된 네 번째 시험이었고, 목표로 설정된 고도에서 표적탄의 추진기관을 정확히 요격해 격파했다. 앞서 진행된 세 차례 요격 시험에도 한 번을 제외하고 두 번 표적탄을 직격하는 데 성공했다. 요격 성공률 75%를 기록한 셈이다.

이번 성공에 따라 L-SAM은 추가 신뢰성 검증 등 올해까지 시험 평가를 종료하고 내년까지 체계 개발을 끝내기로 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체계 개발이 5년 만에 종료되면 양산 단계에 착수한다. 국방부는 “향후 L-SAM은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개발 완료한 후 2025년 양산에 착수해 전력화 계획에 따라 2020년대 후반경 군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단 구조인 L-SAM은 추진기관(1·2단 고체연료 엔진)과 KV(3단)로 구성됐다. 1·2단 로켓은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비행하며 KV에는 IR(적외선 레이더) 탐색기(시커)가 달려있다. 시커가 요격할 미사일의 추진기관에서 발생하는 열 등 표적 정보를 정확하게 추적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KV는 자세 추력 제어 장치를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직격해 격파하게 된다.KV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처럼 폭약이 터져 파편으로 격파하는 방식 대신 스틸 자체로 표적 미사일의 원하는 부위를 격파하도록 설계됐다.

L-SAM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정점 고도를 찍은 후 종말단계 하강할 때 고도 약 50~60㎞쯤에서 요격하는 상층 방어체계(40㎞ 이상)에 속하는 요격무기체계다. 만약 L-SAM이 요격하지 못하는 미사일은 고도 40㎞ 안팎에서 패트리엇(PAC-2/PAC-3) 및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인 천궁-Ⅱ가 요격한다. L-SAM이 전력화하면 다층방어체계로 북한 미사일 요격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군은 복합다층방어체계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촘촘히 구축하고 있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상·중·하층에서 다층적으로 요격하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시험 발사 현장을 참관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L-SAM은 다층 방어체계의 핵심 전력”이라며 “앞으로 L-SAM 개량형(Ⅱ)까지 개발하면 미국의 사드에 버금가는 수준의 복합다층 방어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장거리지대공요격무기(L-SAM) 다기능레이더 운용체계. 방위사업청 제공

이 장관은 “L-SAM 개발은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높은 고도까지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며 “L-SAM-Ⅱ, M-SAM 블록-Ⅲ 개발도 조기에 착수해 북한의 그 어떤 미사일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직·수평적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줄 달라”고 현장에서 함께 참관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과 박종승 ADD소장에게 당부했다.

이와 관련, 군은 L-SAM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고고도 요격유도탄과 북한의 KN계열 탄도미사일처럼 변칙 기동하는 활공(풀업 기동)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요격유도탄을 각각 확보하는 L-SAM 개량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고도 요격유도탄은 6년 후인 2026년에,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은 2030년 이후에 각각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달부터 6개월 일정으로 이뤄지는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고고도 요격유도탄은 체계개발에, 활공단계 요격유도탄은 탐색개발에 각각 착수한다.

안흥종합시험센터(태안)=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