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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이 ‘인문학 르네상스’ 꽃피운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입력 2023-05-26 09:11
  • 수정 2023-05-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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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빅뱅
김재인 지음│동아시아

‘AI와 어떻게 공생할까’ 서 출발
챗GPT 언어모델 철학적 분석
‘명령 · 행동’ 중심 인간언어 비교
행동 없는 언어 무의미성 결론

AI작품이 미술대회 우승하지만
“창작자로서 예술은 아냐” 비판
‘딥드림’ 이미지생성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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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인공지능(AI)의 발전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AI가 얼마나 빠르게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인지, 이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그 사용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무엇보다 인간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은 여전히 요원한데, 질문들은 벌써 구문이 됐다. 인간이 창조한 이 첨단 기술의 폭발적 성장 속도에 비해, 윤리적 논의나 사회·법적 제도의 마련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은 계속되고, ‘공존’이나 ‘공진화(共進化)’도 공허한 구호가 되기 직전이다.

과학기술의 변화를 고찰, 분석해온 철학자 김재인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동어 반복인 기존 제언들을 모조리 차단한다. 대신, 지배 담론을 ‘대안’ 담론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그것은 ‘AI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기술에 대한 도전이 거셀수록, 그것이 주는 충격이 클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다움’을 발현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즉, 저자는 알파고가 안겨준 놀라움 속에서 쓴 전작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인문학의 사회적 개입을 설파하고, 기대한다. 과학 혁명과 서양 근대 형성 시기가 그랬듯, AI는 ‘사고의 실험’을 일으키고 그것이 ‘인문학 르네상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책은 바로 그 ‘실험의 장’ 한복판에 있다. 동시에, 저자가 염원하는 ‘인문학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질 들뢰즈 연구로 이름난 저자는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들뢰즈의 언어철학을 가져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정보와 의미’를 추구하는 기계의 언어를 (들뢰즈에 따르면)‘명령과 행동’이 핵심인 인간의 언어와 비교하는 작업 자체가 혁신적인 ‘사고 실험’ 아닌가. 저자는 “언어는 독자적 시스템이 아니다”며 “정보와 의미는 거들뿐, 중요한 것은 행위 유발이다”고 강조한다. 언어가 유의미한 것은 물질세계를 변형할 힘을 동반할 때이지, 상황과 맥락을 빼면 ‘무의미’하다는 것. 여기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뛰어난 생성 AI가 등장해도 인간의 언어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본질적 믿음’을 획득한다. 또한, 인간의 고유성 극대화가 이른바 AI 시대 ‘전문성’의 근간이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책은 후반부에 이르면 AI와의 공생을 위해 필요한 인간의 조건을 살피고,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실질적 방안에 더 귀 기울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백미는 앞선 실험, 즉 ‘철학’으로 ‘공학’을 이해하고, 융합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에 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가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지난해 미국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해 화제가 됐다. 동아시아 제공



실험은 계속된다. 저자는 생성 AI의 원리와 한계를 추적하며, 언어가 아닌 또 다른 인간의 고유성 ‘예술 창작’의 본질 역시 파고든다. 책에서 저자는 직접 이미지 생성 AI ‘딥드림’과 ‘넥스트 렘브란트’를 사용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며 예술 창작 모델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 역시 AI가 예술가를 위협하는 문제나 저작권 관계 등에 국한됐었다. 그러나 책은 감상자가 아니라, 창작자의 입장에서 “AI는 예술을 할 수 없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작가의 ‘의도’를 강조한 렘브란트의 예술론, “창작의 의미는 평가에 있다”는 베이컨의 말, 그리고 “평가야말로 가치 창조”라고 한 니체의 철학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창작 의도가 없는 작가(AI)가 외부 요청(사람)으로 그린 그림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가. 그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가치 평가 없이 무작위로 생산되는 그림 중, 어떤 것을 공개할지를 고르고, 결정하는 것 역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언어’와 ‘창작’의 관점에서 생성 AI를 샅샅이 해체해 버리는 책은, 결국 이에 반응하는 인간의 조건도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인간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지적 훈련을 요구받게 되며, 자연스럽게 재정립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몸소 공학에 개입하는 철학, 즉 융합적 사고 실험을 보여준 저자는, 일차적으로 교육과 학문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며, 고답적인 학계와 교육계를 향해 일갈한다.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고, 이른바 ‘문사철’이라 좁은 울타리를 친 시스템에서는, 생성 AI가 가져올(이미 온) 혼란 속을 헤쳐나갈 지식과 힘을 기를 수 없다고 말이다. 책은 ‘확장된 인문학’을 주창하는데, 사실 진작에 이러한 융합적 교육과 연구가 있어야 했고, 그랬다면 그 속에서 성장한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지금의 AI 시대를 이렇게 혼탁하게 놔두진 않았을 거라고 꼬집는다. 끝으로, 저자는 한국어 언어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올해 안에 등장할 국내 포털 기업들의 생성 AI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겠다.

책은 총 6장으로 이뤄졌는데, 크게 AI의 발전 현황과 한계를 파고든 1부와 새로운 인문학과 융합 교육을 제언한 2부다. 저자는 생성 AI의 공학적 원리나 들뢰즈의 언어철학부터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각 장마다 보다 쉽게 쓴 질의 응답(Q&A)을 끼워 넣었다. ‘철학’이 개입한 이 실험의 궁극적 도착지는 한 곳이니, 어디서부터든, 어떤 질문이든 읽고 구하면 된다. 그것은 AI와 관련된 모든 논의의 ‘주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책장을 넘기는 것은 인간만의 유의미한 언어 체계(행위 유발)의 경험이 된다. 부록으로 실린 ‘컴퓨터의 아버지’ 알랭 튜링이 70년 전에 쓴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은 꼭 읽자. 논문의 첫 단락을 패러디한, 책의 첫 장을 보면 이유를 안다. 388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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