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은 영아가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생률 감소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도 열악해지면서 지역별 접근성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거주지의 소아과 접근성은 이사나 추가 출산 의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임신·출산 및 영유아 의료 인프라 추이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단위 행정구역별로 의료기관까지의 거리, 전문의 수, 수요자 수 등을 종합해 소아청소년과 접근성을 분석한 결과 지역별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핫스폿’은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대구, 대전 서부, 세종 등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30㎞ 내 영유아 1만 명당 약 30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가 가능했다. 섬 지역인 경북 울릉군과 인천 옹진군도 영유아 인구가 적고 가까운 거리에 전문의가 있어 핫스폿으로 분류됐다.

반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콜드스폿’은 이들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이들 지역에선 영유아 인구 1만 명당 약 17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 핫스폿에 견줘 절반 수준이었다.

응급소아병동 병상 접근성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핫스폿이 집중됐다. 응급소아병동의 경우 소아청소년과보다는 균형적으로 분포해 수도권 외에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원주, 강릉, 전주 등도 핫스폿으로 분류됐다. 핫스폿은 영유아 1만 명당 사용 가능한 전용 응급병상이 약 2.9개인 반면, 나머지 대다수 콜드스폿은 1.2개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분만 접근성의 경우 수도권을 비롯해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가임여성 1만 명당 약 2.4명의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한 의료서비스가 가능했다. 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들의 전문의 비율은 1만 명당 약 1명이었다. 가임여성 10만 명당 1명 미만의 전문의 접근성을 가진 지역도 경남 합천군, 인천 강화군 등 17곳이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의료 인프라 접근성 격차는 대형병원이 가까운 거주지, 이른바 ‘병세권’(病勢圈) 선호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이 지난해 4월 기준 24개월 이하 영아 자녀가 있는 산모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출산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좋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의 소아청소년과 서비스 질 수준이 높을수록 추가 출산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됐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료 인프라 감소는 농촌 등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두드러져 향후 접근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책대안으로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응급실 설치 의무화 △인프라 취약지 및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 가산△모자의료 이송체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