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길모(25)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마약범죄 ‘솜방망이 판결’ 논란

25건중 22건 ‘징역 3년’이하
가중처벌 받은 경우는 1건뿐
정부·검찰 ‘엄벌 의지’와 배치

20대 A 씨는 지난 2021년 2월 당시 16세이던 B 양의 팔에 필로폰 0.05g을 주사했다. 이는 통상 1회 투약량(0.03g)의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메스암페타민으로 불리는 필로폰은 정신 분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하드 드러그(Hard Drug)’로 분류된다. A 씨는 이듬해 3월까지 B 양에게 총 8차례 필로폰을 주사하고 본인도 5차례 투약했다가 기소됐지만, 선고된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의 법정 형량을 최대 22년 6개월로 산정하면서도 “투약에 강압적이지 않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등 5가지를 사유를 들어 형을 감경했다.

‘10대 마약 범죄’가 급증하면서 검찰이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자에게는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겠다며 ‘엄단 방침’을 밝혔지만, 이런 마약 사범들이 정작 재판에서는 A 씨처럼 집행유예를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문화일보가 2019년부터 최근까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 등을 통해 확보한 25건의 미성년자 대상 마약 범죄(마약 제공, 투약, 판매 등)를 분석한 결과, 이 중 28%(7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실형이 선고된 18건(피고인 19명)도 △징역 1년 미만(1명) △징역 1∼2년(9명) △징역 2∼3년(6명) △징역 3년 이상(3명) 등으로 중형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미성년자 대상 범죄라는 점에서 양형 기준상 특별양형인자인 ‘범행 동기에 특별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경우’가 적용돼 가중처벌된 경우는 단 1건뿐이었다. 마약 제공 및 투약, 판매 행위가 일회성으로 끝난 경우는 8건에 불과했고, 대부분 2회 이상 범행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가중 처벌 요인인 ‘상습성’이 인정돼 처벌된 사례도 극히 드물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법률상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만큼 선고 기준점이 되는 양형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