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전 대덕구 석봉동 신탄진 금강변 일대 도로 개설 예정지. 주민들은 이곳 경사면을 활용해 박스형 터널로 도로 설계를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 현도교~신구교 금강변 4.51km 구간에 4차선 도로 내년 착공
평면도로 설계로 금강 접근성 단절 …수변시설 경관·환경 가치 훼손
주민들 박스형 터널 주장 “환경문제 해결·대형 공유지 확보 일거양득”
市 “설계 변경 예타통과 어려워” 난색 속 지역 국회의원 “해결책 모색”

대전=김창희 기자



낙후된 지역 환경에다 최근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등으로 피해를 겪은 대전 대덕구 신탄진지역 주민들이 대전시의 근시안적 도로 행정에 또 한번 상심하고 있다.

시가 추진 중인 금강 변 도로 개설공사가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거리가 먼 방식으로 강행되면서 숙원이던 금강 변 최고의 공유지 확보 기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7일 대전시와 신탄진번영회 등에 따르면 시는 대덕구 신탄진동 현도교∼문평동 신구교 사이 금강 변 4.51km 구간에 예산 849억 원(국비 468억 원, 시비 381억 원)을 투입해 왕복 4차로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을 내년 착공해 오는 2029년 개통할 계획이다.

신탄진 중심지를 통과하는 국도 32호선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우회도로로 지난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국비 지원이 결정된 사업이다. 내년 5월 착공을 앞두고 현재 기본 설계에 이어 실시설계가 착수될 예정이다.

번영회와 주민들이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도로 구간은 금강 본류와 석봉동 로하스 산호빛공원 사이 530m다. 엑슬루타워·서희힐스·엘크루아파트 등 신탄진 아파트 단지가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 구간은 대동·금탄지구와 함께 대전에서 유일하게 금강 본류에 접해 있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금강생태하천공원, 산호빛공원, 체육시설, 금강로하스 트래킹 길, 핑크뮬리 단지, 금강 자전거길 등이 조성돼 있어 힐링 공간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불과 1km 거리 안에 경부고속철도·일반철도·고속도로·국도 등 4개의 국가 기간교통망이 금강 교량을 통해 지나는 교통 요지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이곳에 4차선 도로가 나는 것은 환영하지만, 현재의 지상 평면 방식 도로 설계는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가 강행되면 도로에 막혀 시민들의 금강 접근이 불편해지고, 수변 시설의 환경적·경관적 가치도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량 교행 소음 등으로 힐링 공간의 분위기도 망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신탄진 금강변 도로 대안공법 조감도. 신탄진 번영회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신탄진 금강변도로 대안 설계 조감도. 신탄진번영회 제공.

주민들은 대안으로 땅을 파지 않는 터널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도로 예정지와 산호빛 공원 사이는 10m 가량의 높이차가 있는데, 이 경사를 활용해 530m 길이의 콘크리트 박스를 씌워 도로를 덮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각종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도로 상부 복개지와 기존 공원이 평면으로 연결되면서 5만3000㎡(1만6060평) 규모의 땅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 김도목 석봉동 주민자치회장 겸 신탄진 번영회 부회장은 “도로 개설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경부 교통망의 요지이자 아름다운 금강 변에 길이 530m, 폭 100m 짜리 대규모 공간이 새로 생기는 일석이조의 방안”이라며 “주목도와 노출력이 탁월한 이곳에 향후 대전과 신탄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할 수 있는 천억 대 이상의 금싸라기 땅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터널 상단부에 예술성 높은 건물 건축이 가능해 카페 등 청년 창업 공간, 시민 소통공간으로 최고의 적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시는 이 공사가 정부의 총사업비 관리 대상 사업이어서 예산 증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설계 변경 시 전체 사업비가 20% 이상이 증액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 경우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고, 국토교통부에서도 민원을 이유로 한 설계 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유성 장대 3거리 BRT 도로 사업도 총사업비 관리 대상이지만, 평면도로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어 대전시가 입체화 대안 사업을 별도 시비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예산 부족이 문제라면 단계적 추진이라도 가능하도록 설계를 바꿔달라는 입장이다.

김도목 자치회장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도로 행정으로 금강의 명소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린다면 각종 개발에서 소외된 신탄진의 상실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타이어 화재 등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큰 가운데 그동안 대전 발전을 위해 ‘아픈 손가락’처럼 희생해온 대덕구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접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순 국회의원(대전 대덕구) 측은 “신규 도로와 관련, 터널화와 연결 도로 개설 등에 대한 주민 숙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대전시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