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1998년 10월 8일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정부 인사 “조기방한 결정
윤 대통령 지원하기 위한 것”
“한일 제휴는 필수적” 언급도

오는 7일 방한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사죄 계승’을 직접 표명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내에선 기시다 총리가 외교적 결단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통렬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를 언급하며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산케이(産經)신문·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 방한을 두고 “윤 대통령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것도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방한에서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사죄계승’만 표현할지, ‘통렬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까지 언급할지가 향후 한·일 관계 개선 속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를 명시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뜻을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표명이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하는 한국 여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발표한 선언으로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사죄가 양국 공식 합의 문서에 처음으로 담긴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자 방한 시점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적 ‘가시(貸し·빌려줌)’를 받은 만큼 이를 갚기 위해 조기 방한을 통해 윤 대통령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의 답방, 한·미·일 정상회담 등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며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에도 힘이 실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에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과 중국 대응에 있어 한·미·일, 한·일 제휴는 필수적”이라며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전 정권의 친북·친중 노선에서 벗어난 만큼, 일본도 한·일,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과의 회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