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국임대인연합회 제공

전국임대인연합회, 국토부 항의 방문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철회해야"


"문재인 정부 실패로 모든 집주인이 ‘죽일 놈’이 됐어요. 전세 ‘사기’가 아니라 정치권의 시장교란이 만든 전세 ‘사고’입니다."

전세 사기 문제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확대됨에 따라 집주인들이 결집, 선한 임대인까지 모조리 악마화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역전세난’뿐 아니라 전세 사기로 인해 다음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임대인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 ‘전국임대인연합회’에 따르면 이 연합회는 지난 10일 결성돼 이날까지 260명의 가입자 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 다음 달부터 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강화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이들은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 완화와 임대사업자 자진말소 허용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넘게 임대업을 해온 50대 A 씨는 최근 극단적 선택까지 결심했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역전세가 오면서 임차인에게 빼줄 보증금을 계산해봤는데 수십 억이었다"며 "살던 집을 지하로 옮기면서까지 보증금을 마련해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날이 갈수록 임대인들은 옥죄는 정책이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했다"며 "그런데 ‘빌라왕’ 사망 이후 세입자들이 괴로워진 것처럼 나 혼자 편해지자고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순 없었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갱신 계약(8만2135건) 중 기존보다 전·월세 금액을 감액한 계약 비율은 25%(2만537건)에 달한다. 이는 국토부가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서울 강서구 빌라에 임대를 준 B 씨는 "임차인이 만기 후 이사를 나간다고 해서 지난해 11월부터 부동산에 집을 내놨는데, 전세 사기로 이 일대가 유명해진 이후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종전 전셋값보다 4000만~5000만 원을 낮췄는데도 오는 손님이 없던 차에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무자본 갭 투기 차단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다음 달부터 기존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26배로 강화하기로 한 점도 "착한 임대인까지 죽이는 정책"이라고 임대인들은 주장한다. 2023년 공시가격이 적용되는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8.61% 하락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수도권 빌라 매물 9만6386건 중 66%인 5만9476건이 종전과 같은 보증금으론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권승현·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