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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협회 ‘반도체 착시’ 지적

韓 전체수출 중 반도체 16.5%
주요국보다 최대품목 비중 높아

반도체 호황… 타산업 약화 가려
다른 품목 수출증가율 2% 정체
경쟁국과 동등한 정책환경 필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쇼크를 야기한 최근의 수출 부진 흐름은 반도체 경기 호황에 가려졌던 전체 수출 산업 기반의 약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6% 이상으로, 주요 수출국 중 단일 품목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대 품목에 대한 의존도 역시 50%에 육박해 수출 다변화가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역업계는 우량 기업이 도산하지 않고 수출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세금 부담 완화 등 특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한국무역협회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무역현안 관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최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의 경우 16.5%(반도체 집적회로)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휴대폰·6.6%), 미국(석유제품·6.6%), 독일(승용차·9.4%), 일본(승용차·11.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수출 상위 10대 품목 비중도 48.1%로 20∼30% 수준인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았다.

무역협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다른 산업의 수출 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는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수출 부진은 세계경기 위축 등에도 원인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누적된 수출 산업 기반 약화의 결과”라며 “몇 년 동안 수출 증가는 반도체가 주도했지만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2%대에서 정체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년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협회는 전체 141개국 중 97위에 불과한 노동 유연성과 최저임금이 최근 5년 동안 27.8% 상승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것도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수출 부진 타개 방안과 관련해서는 수출 산업 기반을 유지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 기업에 대한 금리 인하 및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특단의 대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역협회가 ‘무역업계 자금 사정 및 세 부담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자금 압박을 호소했고, 47%는 자금 압박의 주요 원인으로 세금 부담을 제시했다. 아울러 생산 유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대규모 수출사절단 파견을 통해 단기 수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 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쟁국과 동등한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그린·디지털 전환 등 경쟁국과 동등한 세제지원환경 구축,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제개혁, 연구·개발(R&D) 생산성 제고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