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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경제 협상전략

전문가 “우리 기업피해 최소화
일방희생 경계, 국익 극대화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 직전 선제적으로 ‘반도체 청구서’를 날리며 동맹에 대한 탈(脫)중국 동참 요구에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경제분야 맞대응 카드로 내밀어야 할 최대 현안으로 반도체·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조건 완화, 원전 분쟁 해결 및 협력 강화가 꼽힌다.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 희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5일 정부 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받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은 반도체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과학법의 경우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환수 같은 ‘독소조항’을 내걸었는데,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로 타협점을 찾는 게 급선무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뼈대로 하는 IRA도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7일 미 정부가 최종 발표한 지급 대상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제외된 바 있다. IRA 같은 보조금 규정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전기차나 배터리업계가 대중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세부규정을 탄력 적용받을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건 지적재산권 소송도 한·미 간 긴밀한 논의가 이뤄질 부분으로 꼽힌다. 굵직한 수출이 걸려 있는 만큼 사실상 국가 대 국가 문제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시 한국 반도체 기업이 부족분을 채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동맹·파트너 중심 공급망 체제 구축 수위를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협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글로벌 생산 체인이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동참 등을 강조하되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현재 한국경제의 거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중과 갖는 특수성을 미국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