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정부 대책 촉구” ‘전세 사기·깡통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소속 회원이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솜방망이 처분’ 도마에

작년 공인중개사 징계 1만건 중
10%만 업무정지·자격취소 처분
경매주택 속여도 과태료·경고만

관할 시·도지사 관리 감독 권한
업계선 “실효성 있는 방안 필요”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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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점점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전세 사기 사건에 공인중개사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건축왕’ 전세 사기 일당 가운데 9명이 공인중개사였지만 지자체에 의해 자격이 취소·정지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25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만1477건의 행정처분이 이뤄졌다. 5년 전인 2018년 5195건과 비교해 징계 건수는 2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부분 과태료·경고 시정 등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행정처분 중 약 10%만 등록취소·업무정지·자격취소·자격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강 의원은 공인중개사 행정처분 건수 폭증과 관련, 기준금리 인상 전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시장 활황기에 허위 매물이 증가했고 전세 사기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끌면서 소비자 신고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사가 부동산 거래계약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중개대상물을 부정확하게 소개한 경우 관할 시·도지사가 공인중개사의 자격을 정지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에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는데도 이를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임차인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25억 원을 빼돌린 ‘건축왕’ 남모(61) 씨 일당 중 9명이 공인중개사였지만 그해 인천시가 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시킨 공인중개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 사건으로 최근 인천에서 20∼30대 청년 세입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부와 관할 시·도는 지난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가 발생한 부동산 중개계약 4780건 중 악성 임대인 소유의 주택을 중개한 수도권 소재 공인중개사 434명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전국에 자격증을 취득한 공인중개사만 49만5171명에 달해 한정된 행정력만으로 이들을 다 관리·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놓고 사기 치려는 공인중개사를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협회에도 단속 권한을 줘 탈법을 저지른 공인중개사가 더는 중개업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