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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사건은 진보의 자기부정… 586 주도 민주당 ‘진혼곡’ 될 수도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3-04-25 10:08
  • 수정 2023-04-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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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돈봉투 사태의 파장

민주당, 민주주의 훼손으로 ‘진보= 깨끗’ 공식 깨트려… 공동운명체 송영길·이재명 연루 땐 黨초토화
문재인 집권 이후 ‘운동권 부패 카르텔’ 노골화… 쇄신 없으면 지지층 이반·유권자 심판 못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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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중심엔 송영길 전 대표, 그리고 이재명 현 대표가 있다. 송과 이, 두 전·현 대표 간의 연결고리가 확인된다면 당 전체가 초토화할 수도 있다.

세상에 ‘청렴한 부패’는 없다. 돈봉투 의혹은 ‘진보는 깨끗하다’는 공식을 깨트렸다. 표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민주주의의 기본을 뒤흔들었다. 진보의 타락이 민주화 투사 출신 586 정치인들에 의해 자행된 건 아이러니하다. 이번 사건이 586의 진혼곡, 민주당의 레퀴엠이 될 수도 있다.

◇깨어진 공식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대혁명 전후 시기를 비교하며 나온 말이라는 설도 있고, 영국의 토리-휘그당을 비유하면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뭐든 기본 관점은 ‘보수는 부패하고 진보는 깨끗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긴 개발독재 시절을 겪은 대한민국 정치에도 오랫동안 통용됐다. 진보는 깨끗함, 정의로움, 공정함 등으로 포장됐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한국 현대사를 장식했던 1970∼1980년대를 포함해 상당 기간 ‘진보=깨끗’이라는 등식이 유지됐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공식이 깨졌다. 진보의 부패는 역설적으로 진보가 씨를 뿌리고 결실을 거둔 민주화 시대를 맞아 움텄다. ‘1987 체제’로 민주주의가 진전하고 ‘보수→진보’로 정권교체가 현실화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된 진보는 더 이상 깨끗한 진보로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자 권력 주변 인물들이 돈을 탐했고, 지대추구에 열을 올렸다.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권 10년이 계속되면서 측근과 가족이 부적절한 돈을 받아 챙기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정치 집단으로부터 도덕성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힘든 일인지 모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치는 왜 도덕적이지 못 하나라는 질문을 늘 던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진보의 부패는 진보가 상징하는 청렴과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이번 돈봉투 의혹은 진보의 공식을 완전히 깬 극명한 사례다. 이제 많은 유권자는 부패가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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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카르텔

진보의 부패는 문재인 집권 이후 노골화하고 조직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는 새 시대를 여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 끼리끼리 나눠 먹기, 적폐몰이와 국민 갈라치기가 횡행했다. 매관매직이 일어났고, 성(性)이 문란해졌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의 매표 행위도 이때 본격화했다.

진보가 부패해 가는 과정은 586이 대거 정치권에 몰려와 기득권이 돼가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운동권 정권의 핵심세력은 정의와 선, 도덕성을 독점한 채 상부상조하며 자리와 돈을 챙겼다. 자연스럽게 부패 카르텔이 형성됐다.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 영구 집권론이 나돌았다. 영원한 권력을 위해 그 어떤 행동도 단죄받지 않는 제도화가 절실해졌다. 그래서 고안해낸 게 ‘검수완박’이었다. 그게 사법 리스크를 막는 방탄복, 전가의 보도가 돼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내로남불 권력의 실상이 드러나고 민심이 떠나면서 집권 5년 만에 정권이 넘어갔다. 야당이 된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부패 의혹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는 전직 대표의 전당대회 돈 살포 의혹이 터져 나왔다. 서민을 핏빛 절규 속에 몰아넣은 전세 사기 행각이 마각을 드러내면서 여기에 송 전 대표의 인천시장 시절 주변 인물들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번지고 있다. 음험한 부패 카르텔이 수면 위로 드러나려는 형국이다.

◇李·宋 공동운명체

송 전 대표는 22일 프랑스 파리 현지 회견에서 돈봉투 의혹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24일 귀국했다. 의혹의 진위에 대해서는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며 즉답을 피했고,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송 전 대표의 생각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정치적 책임은 지되 사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 둘째 사건을 이정근·강래구·윤관석·이성만 선에서 꼬리 자르겠다. 그가 “검찰 수사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고 강조한 만큼 빠른 시일 내 검찰에 기습 출두하고 향후 검찰 수사는 정치탄압 프레임에 가두는 전략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대표도 전례 없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국민에 사과했고, 송 전 대표와 전화해 조기 귀국을 설득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책임을 송 전 대표 선에서 막고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도록 방어하겠다는 심리가 읽힌다. 하지만 송 전 대표에게 탈당을 권고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라고 경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미뤄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에 대한 고민도 나타난다.

‘이정근 녹취록’ 등에 나타난 소속 의원 등 돈봉투 의혹 연루자들에 대해 이 대표가 당 자체 조사나 출당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추측이 나돈다. 수도권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제2, 제3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과 송영길,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일지 모른다. 이 대표가 2021년 말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되는 과정에서, 또 대선 패배 후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오랜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뭔가 교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진보의 레퀴엠

586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국회에 대거 진입했다. 군사권위주의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수난을 당하고 명성을 얻어 여의도 정치를 접수한 그들이 이제 기득권이 돼 막장 정치의 주인공이 된 현실은 역설적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에 선택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신정훈 의원이 “소속 의원 169명 모두의 진실 고백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지도부는 침묵했다.

진보의 부패는 자신들이 대변해온 사회적 약자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단호하고 선명한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머지않아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특히 지지 기반으로부터의 이반과 표의 심판이 일어날 수 있다. 돈봉투 의혹이 586 주도 민주당의 레퀴엠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586’은 50대 나이로 80년대 대학 학번의 60년대생을 지칭하는 표현. 20대 때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1987 체제’를 이끈 세대이기도 함. 10년 단위로 앞 단위가 바뀌어 ‘n86’ 세대로도 불림.

‘1987 체제’는 1987년 10월 29일 개정되고 1988년 2월 25일 시행돼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규율하는 헌법에 의해 유지되는 정치체제.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과 대비돼 민주화 시대를 연 체제.

■ 세줄 요약

깨어진 공식 :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화운동 시절엔 ‘진보=깨끗’ 등식이 있었음. 하지만 ‘1987 체제’ 이후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이 등식이 깨짐. ‘돈봉투 의혹’은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진보의 자기부정임.

부패 카르텔 : 진보의 부패는 문재인 집권 이후 더욱 노골화하고 조직화. 진보가 부패하는 과정은 586이 대거 국회에 입성해 기득권이 되는 과정과 맞물려. 현재 음험한 부패 카르텔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형국.

진보의 레퀴엠 : 민주당의 송영길·이재명 전·현 대표가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 당 전체가 초토화할 수도. 분명한 쇄신이 없다면 돈봉투 의혹은 지지 기반 이반으로 586 주도 민주당의 레퀴엠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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