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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정신 모독하는 ‘민주당 돈 봉투’

  • 입력 2023-04-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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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중 잣대의 끝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지가 이러하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이 대표는 사건이 알려진 지 거의 1주일 만에 당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기소됐거나 예견된 이 대표 관련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 성남FC, 백현동, 변호사비 대납 등 수없이 많다. 이 대표 자신은 이런 사건들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을 부결했고, 이 대표는 검찰 또는 법원에 출석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국민 눈에는 이 대표가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에 조금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 대표가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촉구하고 신속한 수사 등을 운운하니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적 잣대가 정말 실망스럽다. 청렴성과 책임성을 정치적 상징처럼 내세웠던 송 전 대표 역시 당장 귀국해서 진실 규명에 협력하기보다는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니 민주당 지지자들도 적잖이 실망했을 듯하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당시 송 후보 측이 돌린 돈 봉투는 “큰 금액이 아니고 실무자들의 차비와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수감 중인 이 대표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을 특별면회해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정 의원의 인식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다수 정서라면 당의 정체성과 정치적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윤리 불감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겠는가? 김종민 의원은 “지금 윤리 기준에 대한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당 지도부의 대응이 안일한 거 아닌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단호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늦다”고 비판했다.

돈 봉투의 금액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표’를 돈으로 사는 이른바 ‘매표행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 중의 적폐’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오늘은 4·19혁명 63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부정선거, 금권선거가 시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렴성과 도덕적 우위를 가장 중요한 정치 전략으로 내세우는 정당이 당대표 선거에서 ‘매표 행위’를 했다는 것은 단순히 민주당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문화의 본질적 훼손과 정치 혐오로 인한 국민의 정치 무관심을 더 키우지 않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검찰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으로부터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 회장이 현금 살포 의혹을 인정함에 따라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10∼20명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혐의가 입증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과 이 대표는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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