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폐장·간장·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곽문섭(27)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년 넘게 희귀 근육병으로 투병하던 20대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곽문섭(27) 씨는 최근 집에 있던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고, 지난달 24일 영남대병원에서 폐장·간장·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리고 숨졌다.

가족들은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곽 씨의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며 기증을 결심했다. 곽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근이양증으로 걷기가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근이양증은 근육의 힘이 점차 약해지다 신체에 장애가 생기고 결국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곽 씨는 생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힘만 남아있던 상황에서 경북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녔다.

곽 씨는 글쓰기와 홍보 포스터 제작 등 재능기부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며 늘 밝은 모습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어머니 서경숙 씨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 봐 엄마의 코만 살피던 우리 아들. 엄마를 위해 태어나준 것 같다"며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아들이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슬프거나 힘들어하기보다 역경이 있기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들의 훌륭한 생각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실천해주신 생명 나눔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