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
검찰, 李측 발언 정황 파악

경기 성남시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당초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경위를 묻는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게 “그걸 몰랐냐”며 질책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2015년 말 유 전 본부장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성남도공 배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경위를 묻자 이 대표 측이 “성남도공은 참여 안 하기로 했는데 몰랐냐”며 질책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백현동 개발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발언 주체가 이 대표인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민관합동개발이 검토되던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어느 순간부터 성남시로부터 협조 요청이 오지 않자 성남도공 담당자들을 성남시에 보냈고, 성남시를 다녀온 직원들로부터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고 한다. 업무 보고차 성남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배제 경위를 물었고, 그걸 몰랐냐며 질책을 들은 것이다. 수사팀은 백현동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공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제됐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초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개발에 합류하면서 성남도공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영장이 기각된 김 전 대표 측근 김모 씨 영장에서 수사팀은 “이 대표가 민간업자의 요청을 받고 합리적 이유와 정당한 절차도 없이 민관합동개발 방침을 뒤집어 민간업자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수사팀은 성남도공 배제에 따른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배임 혐의를 백현동 개발 의혹의 ‘본류’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민간업자에게 백현동 부지 4단계(자연녹지→준주거지) 용도 변경 등 특혜성 인허가를 제공하고 결정적으로 성남도공을 사업에서 배제해 3000억 원 가까운 이익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이 대표 측근인 김 전 대표는 77억 원을 민간업자로부터 수수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김 전 대표 신병 확보 이후 이 대표 등의 배임 혐의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염유섭·김무연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