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참수 영상이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트위터 캡처

바그너그룹 자행 추정…러 "진위확인 필요"
젤렌스키 "처형 영상, 전 세계가 봐야" 촉구
러, 지난달에도 포로 총살 영상에 비판받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참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인터넷상에 유포돼 우크라이나 측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러시아 측은 영상의 진위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우크라이나 저격수를 총살 처형하는 영상이 퍼진 데 이어 또다시 러시아의 만행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SNS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포로 참수 장면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지난해 여름 쯤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은 약 1분 40초 분량이며 마스크를 쓴 남성이 군복 차림의 남성의 목을 베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참수를 당하는 이의 군복에는 우크라이나군을 상징하는 삼지창 표식이 붙어 있었다. 해당 영상에는 참수를 격려하는 목소리와, 참수 이후 머리를 사령관에게 보내야 한다는 발언이 녹음되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부상을 입은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영상에서 참수를 저지를 이들에 대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라고 지목했다. ISW는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참수하는 등 전쟁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군 2명이 머리와 손이 잘린 채 땅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러시아군은 이를 보고 웃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죽였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온라인 연설에서 이 같은 영상들에 관해 "세상에서 누구도 절대 무시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며 "이들 짐승이 얼마나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지 말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 것도 잊지 않을 것이고 이들 살인자를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포로를 처형하는 이 영상을 전 세계가 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우크라이나 안보국(SBU)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전쟁범죄 수사에 착수했다. SBU는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 포로를 야만적으로 고문하며 그의 머리를 자르는 ‘짐승 같은’ 면이 전날 올라온 온라인 비디오로 드러났다"며 "우크라이나 형법 조항에 따라 이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재판전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SBU 관계자는 "우리는 인간같지 않은 자들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이들 영상에 대해 러시아 측 소행이라고 인정하는 대신 영상의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이 영상에 대해 "끔찍하다"며 "영상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SNS 등 인터넷에 유포되며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군 포로 처형 영상. 뉴시스·트위터 캡처

다만 러시아는 이미 끔찍한 방식으로 포로를 처형한 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지난달 인터넷상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총격으로 처형하는 장면이 올라왔다.

당시 12초 분량의 포로 처형 영상에는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숲속에서 비무장 상태로 담배 한 개비를 피운 후 여러 발의 총격에 숨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처형을 앞둔 군인은 담배를 피운 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말했고, 화면의 앵글 밖에서는 러시아어 욕설이 흘러나오며 총성이 울렸다.

이후 우크라이나 측 조사에서 처형 당한 군인의 신분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체르니히우 지역 국토방위여단 제163대대 소속의 저격수 올렉산드르 이호로비치 마치예우스키(42)로 밝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연설에서 마치예우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영웅’ 칭호를 수여한다고 밝혔으며 "(마치예우스키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군인이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