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관악구청장 "사업 확대 검토"

이미지 크게보기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10일 보건소 소속 의료진과 함께 어르신 건강동행사업 참여자 자택을 방문해 진료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관악구청 제공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게 10여 년 만에 처음이에요. 혼자 사는 노인네를 찾아와 꼼꼼하게 몸 상태를 살펴주니 무척 고마워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어르신 연모(여·75) 씨는 지난 10일 자택을 찾아온 박준희 관악구청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어르신 건강동행사업 현장을 살피기 위해 관악구청 보건소 소속 의료진과 함께 연 씨의 집을 방문했다.

고혈압을 앓고 있는 어르신은 왼쪽 손과 발이 꺾여 거동이 불편해 10여 년 동안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요양보호사가 대리처방을 받아 혈압약은 먹을 수 있었지만 매번 같은 약을 처방받아 혈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한쪽 손으로 하기 어려운 왼쪽 의안(義眼) 교체는 연 씨가 항상 애를 먹는 일이었다. 연 씨는 "남편과 함께 살 때는 남편이 해줬는데, 지금은 혼자 해야 해 한동안 세척과 교체를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 씨가 지난 2월부터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은 수 있었던 건 어르신 건강동행사업 덕분이다.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영양사로 구성된 건강동행팀이 8주간 주 1회 이상 어르신 집에 직접 찾아가 각종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 씨는 의료진이 방문할 때마다 측정한 혈압 수치를 기반으로 적정한 혈압약을 다시 처방받았다. 왼쪽 손과 발은 물리·재활치료를 통해 이전보다 편히 움직일 수 있었고, 오른쪽 팔과 다리는 밴드운동을 해 근력이 생겨 일상생활이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의안 교체도 일주일에 한 번 주기에 맞춰 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연 씨의 혈압과 당 등 기본 검사를 진행하고, 건강 상태에 대해 꼼꼼하게 묻고 답을 들으며 30여 분간 진료를 이어갔다.

이날도 연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돼지감자 물을 마시더라도 별도로 물을 마셔야 한다" "점심을 드셨는데 당이 120이면 정상 범위이고 아주 좋은 상태다" "나물을 챙겨 드셔야 한다" "앉았다 일어나는 게 힘드시니 넘어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오른쪽 팔과 다리 운동을 챙겨서 하셔야 한다" 등의 진단을 받았다.

연 씨는 곧 8주가 도래한다는 의료진의 말에 "그만 오는 거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계속 와주셨으면 한다"고 청했다. 8주가 지나면 구는 대상자에 따라 필요한 경우 지역복지센터 등에 연계한다.

연 씨의 진료를 내내 지켜본 박 구청장은 "구비를 더 들여서라도 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8주 이후 건강 상태가 악화하면 다시 의료진이 방문하는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