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질문 오류… 대응 검토”
전문가도 “편향·선동적” 지적

정부가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찬반’ 질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검토 중이다. 설문 질문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증대’를 보장하는 듯한 내용으로 표현돼 찬성이 많을 수밖에 없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4월 첫째 주 한국갤럽에서 진행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질문에 대해 “질문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은 정기조사에서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된 양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입니다. 귀하는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이십니까?’라고 질문한 뒤, ‘쌀값 안정화, 농가 소득 보장 위해 찬성’ ‘쌀 공급 과잉, 정부 재정 부담 늘어 반대’라고 항목을 제시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찬성 60%, 반대 28%였는데, 정부는 항목이 마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로 제시돼 찬성 응답을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쌀값 하락을 초래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한국갤럽의 이번 여론조사가 편향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론조사에서 설명이나 조건을 달았을 때 응답자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 “사전에 응답자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는 선동이 돼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사안을 특정한 방향으로 보게 했다는 점에서 ‘프레이밍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대상자들에게 인식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질문은 물론 항목도 내용의 순서에 따라 대상자의 응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는 하위 분석 결과에 샘플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오차범위도 밝히지 않아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안에 대한 정책 소통은 정부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