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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10문10답

‘50조 피해’ 테라 권도형… 한국 송환땐 최대 40년형, 미국선 100년 이상 될수도

조율 기자 외 3명
조율 기자 외 3명
  • 입력 2023-04-11 08:59
  • 수정 2023-04-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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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권호영 기자



■ 10문10답 - 권도형 송환·재판 절차

‘1테라=1달러’ 가치 보장 내세워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광풍’
작년 알고리즘 멈추며 가격 폭락
시세조작 의혹… 수익 4145억원

1년 도주끝 몬테네그로서 체포
한국·미국서 범죄인 인도 청구
현지 위조여권 수사 시일 소요

한국 검찰, 공범수사 등 강조 계획
권 소유 가상화폐 계좌동결 요청
미 당국, 증권사기 등 8개혐의 기소
강력한 외교채널 등 작용 가능성



테라(UST)·루나(LUNA)는 지난 2019년 개발 초기 때 ‘코인 광풍’을 타며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가상화폐로 불렸다. 가격은 고공 행진했고 안정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 돈을 쓸어 모았던 30대 초반의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에 비견될 정도였다. 그러나 권 대표가 코인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됐다며 홍보한 것은 결국 사기로 드러났다. 테라·루나의 가치는 한순간에 폭락했고 자산은 거품처럼 빠졌다. 테라·루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전 세계 수십만 명에 이르고 피해액은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권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횡령 등 갖은 혐의로 한국과 미국 등에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했고,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사기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 응보의 시간이 다가온 셈이다.

1. 테라·루나 코인, 어떻게 설계됐나

테라·루나는 테라폼랩스에서 개발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스테이블 코인의 개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널뛰는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인의 가치를 화폐나 실물자산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보장한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처럼 별도의 담보물을 설정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정해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한다. 1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고정된다. 이때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매 코인인 루나가 테라 코인을 대신해 시장 변동성을 흡수한다. 이에 따라 루나 가격이 1달러라면 1테라는 1달러에, 루나 가격이 0.1달러라면 1테라는 10루나에 교환할 수 있다. 이는 테라 코인의 가격 변화에 따라 루나 코인을 이용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발생해 가능해진다.

2. 설계자 권도형 등 가담 일당은 누구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관계자는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다. 권 대표는 대원외국어고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의 엔지니어로 일한 수재였다. 2018년 신 전 대표와 손잡고 가상화폐 업체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 사태에서 권 대표가 취한 범죄 수익은 9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재산을 비트코인 등으로 바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대표는 오픈마켓 티몬의 대표이사직에 있다가 학교 후배를 통해 권 대표를 소개받아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했다. 이번 사태에서 1541억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아파트·땅·차량 등이 가압류된 상태다. 테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권 대표와 신 전 대표,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초기 구성원 7인방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 투자자 선호 이유, 피해 국가, 규모, 왜 폭락했나

폭락 전 테라·루나 코인은 가치 변동이 심한 가상자산보다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을 선호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수요가 급증했다. 권 대표는 지난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 원 이상의 피해를 줬다. 피해 국가는 한국, 미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피해자 수는 국내에만 2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테라는 지난해 5월 테라USD(UST) 가격이 기준가인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폭락하기 시작했다. 테라는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자매 코인 루나의 발행을 늘리는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다만 지난해 5월엔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아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폭락했다.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수사 당국은 권 대표가 고의로 시세 조작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4. 권도형 도피 후 체포까지 과정은

권 대표는 폭락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4월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싱가포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두바이에서 세르비아로 거처를 옮기며 1년 가까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해 9월 권 대표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지난해 11월 권 대표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지난 2월에는 권 대표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르비아를 방문해 현지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권 대표는 지난달 23일 세르비아 옆에 위치한 동유럽 국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그는 한 전 대표와 위조 코스타리카 여권을 이용해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을 시도하다 붙잡혔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현재 권 대표를 구금하고 공문서 위조와 불법 입국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권호영 기자



5. 법무부 현지 송환 계획 어떻게 되나, 미국, 싱가포르 등 송환 경쟁은

권 대표가 체포된 몬테네그로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 역시 지난달부터 권 대표에 대한 800억 원대 가상화폐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범죄인 인도 요청은 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은 공범으로 지목된 신 전 대표 등이 국내에서 수사받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국 송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몬테네그로 당국이 외교적인 역량과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권 대표를 미국에 인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 대표는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해당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6. 국내 테라·루나 공범 등 검찰 수사 어느 정도까지, 적용 혐의는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배임) 등 혐의로 권 대표와 함께 신 전 대표에 대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립자다.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 기반의 결제 서비스를 거짓으로 홍보해 14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하고, 테라·루나의 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계속 발행하다가 보유하던 코인을 고점에 팔아 14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증거인멸 염려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로부터 “테라를 간편 결제 수단으로 도입한다고 홍보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루나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 티몬 전 대표 유모(38) 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테라와 관련해 신 전 대표와 금융권을 연결하는 로비를 담당한 브로커 하모 씨도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7. 미국 증권 당국 조사, 검찰 권도형 8개 혐의 기소, 해외선 어떤 혐의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3일 권 대표가 체포된 직후 그를 증권사기·상품사기·시세조종·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 권 대표는 2019년 10월쯤 TV 인터뷰와 2020년 SNS 게시글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도 받는다. 앞서 2월 16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대표로 인한 피해액을 400억 달러(약 52조 원)로 보고 권 대표를 증권법 및 증권거래법에 규정된 미등록증권 권유 판매, 반사기금지규정 등의 혐의로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소했다.

8. 국내 처벌될 경우 최장 40년 vs 미국선 최장 100년 이상 진실은

미국은 유기징역의 상한이 없고 개별 범죄 혐의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액의 배당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액을 빼돌린 버나드 메이도프는 폰지사기 혐의로 150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반면 한국은 유기징역의 상한을 두고 있으며 통상 경제사범에 대한 최대 징역형을 40년 정도로 본다. 실제 한국에서 경제사범에 대해 선고한 최고 형량은 40년으로 1조 원대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 김재현 씨에게 선고됐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9. 권도형 국내 범죄 수익 4000억 넘는데 동결 0원…해외 자금 은닉 규모는

검찰은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경영진들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 규모가 414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재산 동결에 나섰지만, 권 대표의 국내 재산은 0원으로 파악돼 가압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일 서울남부지검은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 전 대표 등 총 8명이 ‘테라·루나 사태’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 중 3231억 원대의 재산에 대해 추징 보전을 청구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1541억 원, 나머지 테라 직원 7명은 총 1690억 원을 챙겼다고 특정했다. 권 대표는 914억 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권 대표가 국내에 소유한 재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추징 보전을 할 수 있는 재산은 0원으로 추정됐다. 검찰은 권 대표가 재산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 등으로 바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체한 것으로 보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등에 권 대표 소유 가상화폐 인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10. 테라 사태 막을 수 없었나…제2·3 테라·루나 사태 가능성 및 예방책은

스테이블 코인은 리스크가 높아 유사한 방식으로 폭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기반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자 안전장치가 충분치 않고, 규제 방안도 없어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상품 설계를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인에 대한 시세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의심되는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코인에 대한 시세 조작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고, 금융 당국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사기 혐의를 끌어다가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법과 규제 공백은 제2·3의 테라·루나 사태를 반복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규제 공백을 메우고 처벌 가능성을 높여 가상자산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2021년 이후 총 18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약 2년 만인 지난달 28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논의를 시작했다.

조율·이현웅·유민우·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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