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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정, 양곡법 후속대책 논의

“쌀 의무매입땐 되레 가격 하락
소득안정화위한 지원방식 필요”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는 데는 직불제 개편 등 주요 정책들이 그간 야당의 관련 법 개정 강행으로 인해 ‘골든 타임(적기)’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시장을 왜곡하고 농정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퍼주기식’ 지원은 중단돼야 한다고 전했다.

5일 정부와 농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이와 관련, 오는 6일 다수 농민단체가 참석하는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올해 쌀 수확기 정부의 적기 격리조치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직불제 개편 로드맵 및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야당이 강행한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농민단체에 설명키로 했다.

정부는 그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정 생산량(수요대비 초과 물량 3~5%) 및 가격(평년 수확기 대비 5~8%)을 정하고 이에 맞춰 정부가 남는 물량을 ‘의무’ 매입하는 방식은 쌀 농가를 지원한다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시장을 왜곡하고 쌀값을 지속해서 하락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농민단체에 강조할 예정이다. 또 윤 대통령의 공약인 선택형 직불금 다양화를 통해 농업 전반 여러 분야가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방안들도 설명한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에 공개하려던 직불제 개편 로드맵을 공개하려 했다. 현행 선택형 공익직불(경관보전직불·친환경직불, 논활용직불)과 기본형 공익직불(면적직불금, 소농직불금)을 한층 더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에 들어가야 했으나 야당의 개정안 추진에 일정이 지연됐다. 개편에는 청년농직불과 식량안보직불, 탄소중립직불, 조건불리직불 등 수혜대상, 품목 등에 맞춰 직불제 종류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야당이 주장하는 ‘식량안보’를 위해선 쌀이 아닌 자급률이 1%대에 불과한 밀과 같은 다른 식량작물 및 가루쌀과 같은 대안작물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고 이에 대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현시점에서 쌀이란 특정 품목에 정부 예산을 더 집중시켜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농업이 산업적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정부의 예산이 투입돼 해당 분야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쌀 농가에 대해선 시장을 왜곡하는 방식이 아닌,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방식으로 지원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시장을 왜곡하는 의무매입 방식의 지원보다는 쌀 생산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지원을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