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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서울 성동구 송정동 ‘본작’

해외 출장이 잦았던 무렵, 그 나라의 다양한 디저트를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서양의 디저트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전통 디저트까지 그 영역이 거침없이 넓혀지곤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멈춰 있던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그리고 입안에서 가장 그리워한 디저트는 일본 교토의 데마치 후타바의 ‘나다이 마메 모치’였습니다. 1899년 창업하고 124년째 이어가고 있는 데마치 상점가의 이 떡가게는 늘, 언제나 일본 국내 여행객과 해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어 눈치만으로도 이곳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교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데마치 후타바의 대표 메뉴는 나다이 마메 모치라는 이름의 콩이 박힌 찹쌀떡입니다.

데마치 후타바에서는 1년 내내 시즌에 따라 다양한 전통 떡을 내놓습니다. 벚꽃철에는 사쿠라 모치, 유자가 나는 계절에는 유자 모치 등 일본의 절기에 맞는 전통적인 메뉴들을 만드는 것이지요. 나다이 마메 모치의 속을 채우는 팥과 콩은 홋카이도 후라노의 붉은 완두콩과 도카치산의 팥을, 쌀은 시가현의 쌀을 사용합니다. 200엔이 채 되지 않는 이 찹쌀떡 한 알의 맛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만, 떡에 박혀있는 콩의 고소함과 거슬림 없는 겉피의 전분 그리고 속을 채우는 팥의 당도와 팥알의 식감이 무척이나 알맞습니다.

한국에서는 포근하면서도 가벼운 식감의 떡 반죽과 밸런스가 좋은 팥소의 만남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 10월 성동구 송정동에 문을 연 병과점의 찹쌀떡을 소개받았습니다. 깔끔한 브랜딩의 병과점 ‘본작’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팥이 박힌 팥배기 찹쌀떡, 볶은 현미가루를 뿌려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한 현미가루 찹쌀떡, 쑥찹쌀떡 그리고 완두배기 찹쌀떡 등의 다양한 종류의 찹쌀떡 시리즈들과 흑임자, 콩고물 등의 인절미, 서리태콩 찰떡, 단자 등 화려한 비주얼이나 색감이 아닌 말 그대로 재료와 떡의 단순한 조합에서 나오는 맛을 찾아 주는 그런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벚꽃잎이 곱게 날리던 날이라 찹쌀떡 샘플러 세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쑥찹쌀떡 세트와 현미가루 찹쌀떡, 완두배기, 팥배기 등을 집어 들었습니다. 다단 선물 패키지라는 이름의 선물 세트도 있는데 이 세트로 생일 떡처럼 고임떡을 만들어 생일 축하를 할 수 있도록 귀여운 토퍼와 초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 번뜩이는 재치와 전통문화를 잃지 않는 모던함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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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어 물면 묵직하게 늘어지는 떡의 뻔한 전분기를 지닌 여느 기성제품과 다른 가벼운 촉감과 매력적인 당도와 알배기의 식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금세 하나 하나 모두 맛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 신선한 만남이었습니다. 쑥의 여릿한 향을 머금고 있던 쑥찹쌀떡도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요. 맛보지 못한 단자와 인절미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었습니다. 사전 주문 예약을 하면 보다 편하게 맛보고 싶은 떡 종류들을 만날 수 있으니 문의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월∼금 10:00∼18:00, 토 10:00∼12:00.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9길 2. https://www.instagram.com/bonjak_tteok/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