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산-31 전술핵탄두 공개 자리에서 핵무기연구소로부터 핵무기발전방향과 전략적방침에 따라 공화국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 년간의 사업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고폭렌즈 등 크기·무게 축소, 직경 70% 이하 500㎜급 전술핵탄두 소형화”
미니 SLBM·초대형방사포·순항미사일·어뢰용 등 공개
南측의 ‘핵탑재 아직’ 부정 평가에 전격공개…‘7차 핵실험’ 시사 관측도
‘해일’ 직경 90㎝ 이상 추정…“함정 파괴할 쓰나미 위력은 의문”


북한이 핵무기 실전 능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화살-1, 화살-2 등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를 처음으로 전격 공개해 핵 위협을 극대화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벽면 패널 사진에는 ‘화산-31’로 명명한 전술핵탄두 투발 수단(무기) 8종이 제시됐으나, 실물로 전시된 것은 10개 이상으로 추정됐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날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 사실을 알리면서 여러 종류의 전술핵탄두 실물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전술핵탄두 직경은 40~50㎝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국방색에 앞부분만 붉게 도색한 형태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부분을 붉게 도색한 루돌프 코 형상의, 직경 40∼50㎝로 추정되는 화산-31형 전술핵탄두를 만지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화산-31은 직경 500㎜ 미만으로 KN-25 등 다양한 무기체계 탑재를 위해 소형화됐고 크기는 표준화됐다”며 “루돌프 코 닮은 탄두 끝부분이 결합볼트로 연결돼 있고, 옆에는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수시로 발사한 고체연료 SRBM인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 모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에 진전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패널에 제시된 8종 투발 수단은 600㎜ 초대형방사포(KN-25), 무인잠수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KN-23, KN-24, 미니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된다.

신 국장은 “무인자폭잠수정인 핵어뢰 ‘해일’의 직경은 900㎜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전술핵 폭발로 인한 쓰나미에 군함 침몰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전략핵어뢰 ‘포세이돈’은 수소폭탄을 탄두로 사용한다. 신 국장은 “600㎜ 초대형방사포까지 탑재 가능하도록 전술핵탄두 소형화했을뿐더러 탄도·순항, SLBM, 무인잠수정 등 육상 및 해상 전술핵 투발수단 보유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폭렌즈 등의 크기와 무게를 축소, 탄두 직경의 70% 이하 500㎜급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4일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23일 사이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훈련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핵어뢰 ‘해일’은 직경 900㎜ 이상으로 전술핵 폭발로 인한 쓰나미에 군함 침몰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캡처／뉴시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왼쪽 벽면에는 초대형방사포와 KN-23 등이 보이는데 이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투발 수단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5·6차 핵실험 때 먼저 원형과 장구형(땅콩형) 핵탄두 모형을 각각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격 공개가 7차 핵실험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7차 핵실험에서 이번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위력을 검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앞서 공개한 핵탄두는 증폭핵분열탄(추정) 탄두와 수소탄(북한 주장) 탄두였으며 전술핵탄두 실물이나 모형,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 매체가 공개한 실물 전술핵탄두를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실제 소형화한 전술핵탄두인지 아니면 모형인지를 비롯해 길이와 직경 등의 제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SRBM에 탑재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소형화 기술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만 판단해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북한이 얘기하는 전술유도무기 체계 몇 가지에 탑재 가능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해 한미가 분석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도 이런 평가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공개한 전술핵탄두가 실제 작동하는 수준이라면 이미 KN 계열 SRBM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를 이뤘다는 의미가 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직경이 500㎜ 미만으로 보여 초대형방사포 등 다양한 무기체계에 탑재 목적으로 소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북한 전술핵탄두 주장이 사실이라면 과거 핵실험의 위력과 북한의 기술 진전 등을 고려할 때 그 위력은 10㏏ 안팎으로 추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전술핵탄두 공개가 7차 핵실험을 예고한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증폭핵분열 핵탄두와 수소탄 핵탄두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공개하고 이후 5·6차 핵실험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때는 핵탄두를 아침에 공개하고 몇시간 후 실험을 진행했다. 신 국장은 “과거 핵폭탄 공개 후 핵실험이 이어진 사례에 비춰 7차 핵실험은 전술핵 시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현역연구위원도 “오늘 공개한 전술핵탄두로 7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며 조만간 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핵 능력에 대해서 전력화가 완료됐다고 하려면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을 성공해야 그 무기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아직 그러한 것들이 확인된 게 없기 때문에 그전에 실질적으로 그것이 무기로서 활용이 가능한지 그런 것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전술핵탄두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북한의 주장이 있으며, 저희는 평가 과정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