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싱가포르 등 신병 확보 나서
검찰·법무부 현지당국과 물밑협상
권씨 공범 신현성도 영장 재청구

검찰이 57조 원이 넘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지난 23일(현지시간)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의 국내 송환을 위해 현지에 수사팀 파견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권 대표의 체포 영장과 적색 수배 근거 등 범죄 기록을 현지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송환 총력전’에도 미국과 싱가포르까지 권 씨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타국 송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7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4일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몬테네그로 정부 측에 보냈다. 권 씨의 과거 체포 영장과 적색 수배 근거 등 범죄 혐의가 담긴 문건을 의견서 형식으로 다수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씨 관련 수사 자료를 계속 현지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국제법상 몬테네그로 당국이 송환할 국가를 정할 수 있다. 이에 검찰은 우리나라의 수사 의지가 강하고 권 씨의 국내 범죄 혐의가 짙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현지 당국과 물밑 협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권 씨의 송환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최근 권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는 등 이유로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다. 이에 권 씨가 항소하며 법적 다툼도 불가피해졌다. 검찰 내에선 권 씨가 미국으로 송환되고, 함께 검거된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만 국내로 송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이날 권 씨 공범인 테라 공동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이다.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 2700여 명이 모인 온라인 사이트에선 권 씨의 송환 국가를 놓고 투표가 진행 중인데 10명 중 7명 이상이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미국의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72조 원의 다단계 금융 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고 옥사했다. 국내에서는 1조7000억 원대 피해를 일으킨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씨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김규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