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이미지 크게보기

스포츠와 체육은 일상생활에서 같은 말처럼 쓰이지만 어떤 말과 짝지어 쓰느냐에 따라 어감이 좀 달라지기도 한다. 정치라는 말과도 그렇다. 만약 스포츠와 정치란 단어가 나란히 놓여 있다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이해타산의 정치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훼손된다는 다소 부정적 연상으로 이어질 것 같다. 체육과 정치라면 어떨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명이 스포츠가 아닌 체육이어서 그럴까? 필자는 두 단어에서 어떤 공통점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체육과 정치 모두 우리 생활에, 그리고 지역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 그리고 구청장. 그간 정계에 몸담으며 맡은 역할은 달랐지만 이 모두를 아우르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역 주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주민의 일상 속에서 목소리를 경청하고, 서로 다른 이익이 부딪히면 조정하고, 가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실현해야 했다. 그 노력은 구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55∼64세 연령층의 주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였다. 백세 시대 인생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때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현실이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란 말도 있지만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은 그 이전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하기에 이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되며 구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서대문구가 지향하는 ‘인생케어 복지’는 구민들이 인생 전 과정에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생활 체육 기반을 늘리는 것도 이의 중요한 요소다. 우리 구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안산(鞍山) 황톳길, 백련산 파크골프장, 관내 5개 산을 아우르는 서대문 이음길 특화숲 등을 조성하기 위해 사전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홍제천 수변카페와 테라스, 불광천의 수변감성공간도 주민들의 정서 함양과 전인적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 체육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말 연세대와 협약을 맺어 이 학교의 대운동장(인조잔디축구장)을 주말 오전에 관내 축구 동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우리 구는 더 많은 주민이 체육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달 말 구청 직장운동경기부 여자농구단을 창단한다. 한국 여자 농구의 전설 박찬숙 감독을 여자농구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했는데 과거 스포츠를 통해 국민 통합에 기여하셨듯 농구단 운영으로 구민 화합과 생활체육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동일하게 우리 일상과 삶의 터전에 밀접한 체육과 정치.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노력을 쌓아 올리면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체육과 정치가 갖는 또 하나의 공통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