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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권서하(여·32)·정래훈(33) 부부

“난 키 큰 남자가 이상형이야.” 2019년 5월 솔로였던 저(서하)는 직장 동료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개팅을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며칠 뒤, 동료가 키 큰 친구가 있다며 소개해준다고 했죠. 무려 189㎝라는 거예요.

소개팅 당일, 전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더 큰 남편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193㎝였는데,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4㎝ 줄여 말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키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처음 보자마자 남편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남편 역시 저를 처음 보자마자 제가 너무 예뻐 심장이 터져 죽을 뻔했다고 하네요.

저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고백으로 만나게 됐지만, 남편은 키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제 이상형과 일치했습니다. 나이 들면서 연애도 계산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남편과 있을 때는 행복하고 그저 좋기만 하더라고요. 남편 역시 만날수록 대화가 잘 통하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해 너무 좋았다고 해요. 저희는 그렇게 빠르게 미래를 약속하게 됐습니다. 연애한 지 1년 4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거든요. 남편과 함께라면 어떤 힘든 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20대 초반일 때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남편과 연애할 때 돌아가셨어요. 제가 결혼할 사람이라고 남편을 소개한 지 일주일 후였습니다. 유일한 가족을 떠나보내고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남편 덕에 견뎌낼 수 있었어요. 남편 역시 지난해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서로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잘 견뎌냈습니다. 오는 4월이면 저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세 가족이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독립한 뒤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며 무탈하게 늙어가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