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안보 전문가 제언

“일본 기업 상응조치 이행 안하면
국제적 이미지 크게 훼손될 것”

“북·중·러 밀착 신냉전 구도 속
한·일 과거사 딛고 미래지향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중·러 밀착 등 신냉전 구도 속에 한·일 두 나라가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하는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를 딛고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로서 미래 청년 세대가 양국 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내놓은 만큼 일본 정부가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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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호응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며 “일본 피고기업은 법적 차원을 넘어 도의적·인도적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이행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당한 기업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식 국민대 교수는 “한국의 결단 이후 일본은 내부적으로 자정 능력을 시험받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와 과거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이제는 전적으로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계속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을 언급하면서 한·일의 협력 당위성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국과 일본이 경제, 외교, 안보, 사회문화 등 다양한 면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회담의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일 공동대처를 위한 실시간 정보 공유, 북핵억제 강화를 위한 민관 안보대화 및 정책협의의 정례화와 내실화, 역내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협하는 움직임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 투자 등 확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와 우주, 인공지능(AI) 등 협력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한·일 관계를 만들고 미래 협력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최 연구위원은 “양국의 미래관계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에 우호와 협력,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보내고 청년교류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상호 일자리에 대한 문호 개방 및 교육 지원 △이를 위한 취업비자 및 현지에서의 주거 마련 등의 제도적 지원 △민간기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시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