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오른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김만배, 지난 2022년 1월 정진상 소환 이후 수사 상황 파악 시도
2021년 9월 김용과 2차례 통화 후 검찰 추징 보전에 대비 시도도
檢재수사 움직임 보이자 李대표 측과 접촉…대응 계획 공유 지시
김만배, 지인을 경기도 2급 임기직 공무원 보내 李대표 보좌시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초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비공개 검찰 소환 이후 수사상황 파악을 시도하고, ‘정영학 녹취록’이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공개되면 안된다고 변호인에게 지시하는 등 검찰의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수사가 시작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과 전방위 수사 대응에 나섰던 정황이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해 7월엔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 씨를 통해 이 대표 측 인사와 접촉해 수사·재판 대응 계획을 공유한 뒤 보고해달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파악돼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이 대표와 김 씨의 유착 의혹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1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김 씨의 ‘대장동 개발 수익 390억 원 은닉 범죄’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9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를 시작하자 이 대표 측과 상황을 공유하는 등 수사 대응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지난 8일 김 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우선 김 씨는 지난해 1월 13일~14일 정 전 실장이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검찰의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자 사흘 뒤인 1월 17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정 전 실장의 수사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달 19일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정 전 실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본인과 1년에 20회 이상 통화한 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고받으면서 ‘정영학(회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녹취록’은 20대 대통령 선거 때까지 공개되면 안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

그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 측과 논의를 지속했다는 정황이 공소장 곳곳에 등장한다. 김 씨는 2021년 9월 말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2차례 통화한 뒤 최우향 씨에게 검찰 추징 보전에 따른 법인 계좌 동결에 대비해 화천대유로부터 500억 원을 배당받는 방안을 변호인과 논의하도록 지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또 지난해 7월 검찰 인사 이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재수사 움직임이 보이자 같은 달 최우향 씨를 통해 이 대표 측 인사와 접촉해 재판 상황 및 향후 수사 대응 계획을 공유한 뒤 이 대표 측으로 예상되는 공범에 대한 수사 상황을 확인할 것으로 지시했다고 적시됐다. 대장동 의혹 재수사 과정에서 김 씨와 정 전 실장, 이 대표의 대장동 유착 의혹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인의 범죄수익 은닉과 함께 이 대표 등 공범의 범죄가 드러날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김 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정 전 실장이 등장하자 2021년 11월~2022년 1월쯤 변호인을 통해 정치권 인사에게 “걱정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변호인 접견을 통해 정치권 인사로부터“(이재명) 캠프에서 잘 챙기니 걱정하지 마라. 정 전 실장은 절대 출석하지 않을 것이다”란 답변도 받았다.

또 김 씨 지인인 A 씨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인 2019년 12월 신설된 경기도 AI산업전략관으로 2020년 7월~2022년 7월까지 근무했고, 자신 덕분에 경기도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적시했다. 해당 자리는 고위공무원인 2급(전문임기제) 상당으로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를 보좌하는 역할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팀은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시작된 2021년 9월 김 씨가 서울 도곡동 카페에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고, 김 전 총장이 같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염유섭·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