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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내부 “이재명, 질서있는 퇴장” 제기… ‘진보의 자멸’ 막기 고육책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3-03-14 09:38
  • 수정 2023-03-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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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李대표 ‘질서 있는 퇴장론’ 왜

친명 내 ‘연말 퇴장론’ 불거져… 사법 리스크 따른 총선 패배·민주당 몰락 방지 위한 전략적 후퇴
비명은 ‘대표 축출’ 부담 덜고 친명은 ‘전복 전략’ 차단… 李는 백의종군하며 대선 재도전 명분 쌓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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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류 친명 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질서 있는 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 내면엔 이재명 체제 고수가 여론을 악화해 내년 총선, 나아가 2027년 대선 패배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한다. 질서 있는 퇴장론은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자멸과 진보의 자살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자 국면 반전을 노린 작전상 후퇴로 보인다.

질서 있는 퇴장은 비명 입장에서는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해소할 방법이라는 점에서, 친명으로서는 비명의 ‘전복 전략’을 막아내면서 명분과 타이밍을 축적할 방안이라는 점에서 계파 간 타협지점이 될 수도 있다.

◇커지는 리스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측근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 소식이 더해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정치적·도덕적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최측근 전형수 씨의 비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 계파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민주당을 더욱 흔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측근들 인간성을 길러주십시오”라는 유서 내용에 민주당이 동요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숨진 채 발견된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이 다섯 명이나 된다. 미스터리 정치 스릴러물 같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대표는 “이게 이재명 때문이냐…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측근들의 비극에 대해 ‘검찰 정권의 무도함’으로 윤석열 정권을 공격하기에 앞서 ‘진보의 위기’로 성찰해야 한다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비명계 A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마디 반성도 없이 여당과 검찰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전 기자간담회에서 “오랑캐 침략”을 언급했던 것도 적잖은 의원들의 ‘가결’ 표심을 자극했었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 꽤 많은 의원이 이 대표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조언했는데도 막상 오랑캐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의 반성 없는 태도에 회의를 느낀 의원들이 가결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A 의원은 “이 대표에게 리더의 최고 덕목 중 하나인 책임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대로 가면 민주당의 위기, 진보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 핵심의 해법

최근 친명 핵심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중진 B 의원과 만나 이런 문제들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 진퇴, 어떻게 예상하나.

“질서 있는 퇴장을 할 것으로 본다.”

―왜 질서 있는 퇴장인가.

“당이 소프트 랜딩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쯤으로 본다.”

―이 대표와 논의됐나.

“논의된 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이재명을 내가 제일 잘 안다.”

―어떻게 확신하나.

“정치 지도자가 공당을 자신으로 인한 논란 속에 오래 놔둘 수는 없다. 적어도 대권 꿈을 꾸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못한다.”

―이 대표가 대선에 재도전하나.

“당연하다. 범죄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사법 리스크 모두 해결될 거다.”

―내년 총선엔 관여하나. 출마하나.

“총선에 관여할 수 있겠나. 자신은 불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1987 체제’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보수에 대한 진보의 상대적 강화 시기였다. 김대중 정권으로 시작된 진보 이니셔티브는 노무현 시대를 거쳐 문재인 시절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고 단계는 곧 소멸의 단계였다. 문 정권 내 좌파 주도권이 커지면서 진보는 급격한 분화의 길을 걸었다. ‘보수대청소’론에 따른 적폐청산과 조국 사태가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 대표에 오른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요인이 됐다. 비명 쪽에서는 전복 전략이 꿈틀대고, 친명 쪽에서는 방어 대책 논의가 분주한 형국이다. 친명 내에서 제기되는 질서 있는 퇴장론은 이런 흐름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저변엔 당의 인적·물적·제도적 변화와 혁신만이 민주당의 추락과 진보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공통인식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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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지는 로드맵

이 대표에 대한 질서 있는 퇴장론은 총선과 대선 등 중요선거들을 앞둔 민주당 구성원들의 강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패하고 4년 뒤 정권교체의 꿈도 날아간다는 걱정이다.

어쩌면 질서 있는 퇴장론은, 비명의 입장에서는 대표 축출이라는 강수를 쓰지 않고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당을 혁신해 총선에서 승리를 기하는 방편이 된다는 점에서, 친명은 전복 전략을 막고 이 대표의 대선 재도전 명분과 타이밍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협을 찾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

질서 있는 퇴장 시한의 예상 시점은 이 대표가 기소되고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 무렵이다. 민주당 당헌 제25조에 따르면 대표 궐위 때엔 2개월 내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이며, 신임 대표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에 국한된다.

다만 당헌 제112조의 3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될 때엔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 당 대표를 뽑기보다는 비대위 체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구성은 임시전국대의원대회 개최 등 복잡한 과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고, 시국에 대한 당의 엄중한 인식과 결의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질서 있는 퇴장 해법이 수용될 경우 이 대표의 향후 로드맵과 전략 구상은 ‘연말 퇴장→비대위 구성→총선 불출마 선언→민주당 총선 승리→사법 리스크 정리→대선 재도전 환경 조성’으로 그려볼 수 있다.

◇역사에서 배운다

가족 비리로 인한 노무현의 비극적 선택에 친노는 한때 폐족이 됐고, 측근 비리를 방치했던 박근혜 정권은 탄핵당했다. 이 대표는 본인 비리 혐의에 측근들의 잇단 죽음이 복잡하게 얽힌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중이다.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이뤄야 할 꿈을 위해 때로 비켜서고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지도자의 주요 덕목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조지 산타야나가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과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보수대청소’
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한민국 주류세력 교체의 방안 중 하나. 2017년 대선 직전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보수대청소와 적폐청산을 통한 주류세력 교체를 역설.

‘질서 있는 퇴장’은 법적·물리적 방식을 동원한 강제 퇴장이 아닌, 본인 스스로 적절한 절차를 밟아 퇴장한다는 것. 과정 속에서 가치와 안정을 획득하고 조직의 소프트 랜딩을 기한다는 취지.

■ 세줄요약

커지는 리스크
: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에 측근들의 극단적 선택이 더해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정치적·도덕적 위기감이 팽배. 민주당의 자멸과 진보의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중.

친명 핵심의 해법 : 이재명 리스크가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진보의 분화를 재촉하자 친명 내부에서 질서 있는 퇴장론이 제기됨. 연말 대표직 사퇴-총선 불출마-사법 리스크 정리-대선 재도전 환경 조성이 그 로드맵.

전략적 후퇴 : 질서 있는 퇴장론은 총선 패배와 진보의 몰락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책이자 전략적 후퇴로 보임. 비명 입장에서는 대표 축출이란 부담을 덜고, 친명으로서는 전복 전략을 차단하는 타협점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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