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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유서 취지 뒤엎는 ‘이재명 칼춤’

  • 입력 2023-03-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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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전 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과 수정구청장 등을 지냈고, 이 대표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거쳐 2018년 7월 이 지사의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경영기획본부장과 사장 직무대행을 지내기도 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 배모 씨의 40대 지인 등 이 대표 주변 인물 4명이 이미 극단적 선택을 했거나 사망한 데 이어 5명째다.

이 대표는 무리한 수사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검찰을 강하게 성토했다. 주변 인물들의 잇따른 죽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라며 “검찰의 미친 칼질을 용서 못 한다”고 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유서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전 씨 자신이 수사를 받는 데 대한 ‘억울함’과 이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 ‘검찰 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 ‘주변 측근을 잘 관리하세요’ 등이 전 씨가 밝힌 심경인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억울하게 했을까? 이 대표는 모두 검찰의 수사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전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12월 단 한 차례 있었다. 오히려 이 대표에 대한 억울함과 서운함이 더 컸을 수도 있다. 공무원으로서 상관이 지시하는 것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문제가 되자 정작 이를 지시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든 것을 자신이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그를 정말 억울하게 하지 않았을까? ‘주변 측근을 잘 관리하세요’라는 전 씨의 유서를 통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건 검찰이 아니라 이 대표의 섭섭함과 측근들의 무례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무엇보다 주변 인물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나는 어떤 잘못도 없다. 오로지 윤석열 검찰의 칼질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이 대표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놀랍다. 조그만 조직의 장(長)도 자신의 비리와 결부된 측근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일단 자신의 부덕함을 사과하는 것이 일반적인 자세이고 도리다. 1명도 아니고 벌써 5명의 주변 인물이 숨졌는데도 자신의 부덕함에 대한 자성은 한마디도 없이 오로지 ‘검찰 칼질’ 탓으로만 돌리는 이 대표의 사고가 놀랍고 걱정된다.

‘검찰의 칼춤’만으로 선량한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엉성하진 않다. 검찰의 수사와 인신 구속은 법원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이 대표는 정말 자신이 결백하고 당당하다면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해 ‘검찰의 칼춤’에서 벗어나 법원의 판단을 받기 바란다. 전 씨의 유서처럼 이제 정치에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 이 대표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책임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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