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타결 후 9조원 회수 목적
간첩혐의 나마지 등 3명 제안
미 “잔인한 거짓말” 즉각 반박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이란이 자국 내 억류 중인 미국인 등에 대한 수감자 교환 협상에서 초기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지만 미 국무부·백악관은 ‘잔인한 거짓말’이라며 합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이란 간 수감자 교환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한·이란 사이에 외교 갈등요소로 남아 있는 70억 달러(약 9조2600억 원)의 이란 동결자금 문제도 함께 풀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이란 국영 IRIB 방송을 통해 “최근 며칠간 미국과 수감자 교환을 위한 초기 합의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고 미국 측에서 최종 조정이 잘 진행되면 조만간 실제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를 전적으로 인도주의적인 사례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란에는 2016년 간첩 행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시아마크 나마지(51)를 비롯해 에마드 샤르기(58), 모라드 타흐바즈(67) 등 미 국적자 3명이 수감 중이다. 미국에도 이란인 10여 명이 구금된 상태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수감자 교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유엔과 카타르, 스위스 등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 측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수감자 교환 협상이 타결됐다는 이란 관리들의 주장은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잔인한 거짓말”이라며 “이란에 부당하게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도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한 미국 시민의 석방에 합의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미·이란 수감자 교환 협상 문제는 한국 내 동결된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누르뉴스 등 이란 언론은 미국과 수감자 교환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 내 동결자금에 대한 접근도 곧 회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데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발”이라며 “매우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대러시아 접근법에서 너무 소심하고 중국이 도발하는 것도 두려워한다”며 “미국에 대한 군사위협으로 부상하는 중·러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