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이 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서에“성남FC 불법후원 연루 억울”
이재명 측근 책임 떠넘기기에 섭섭함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출신으로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전형수(64) 씨가 유서에 이 대표를 향해 “주변 측근을 잘 관리하시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전 씨가 이 대표 측근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미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전 씨는 유서에서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걱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자신이 이 대표 특혜·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가족이 입을 타격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 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 중 ‘이재명 대표님께’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1쪽에 “측근들 진정성 있게 인간성을 길러주십시오”라는 취지의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그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피의자로 입건돼 억울함을 표했는데, “무관한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됐다”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 “기본과 원칙에 맞게 일을 처리했다”는 취지의 표현도 포함됐다.

이 같은 유서 내용을 종합했을 때, 전 씨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사와 관련, 자신에게 책임을 미루는 이 대표 측근 그룹에 직접적 불만을 가졌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서 전 씨는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라는 당부를 이 대표에게 남겼다.

전 씨는 남겨진 가족·형제들을 향한 걱정의 목소리도 유서에 담았다. 그는 유서에 검찰 조사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고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다만, 유족이 유서 공개를 거부한 만큼 전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 씨는 9일 오후 6시 44분쯤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전 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전 씨의 발인은 11일 오전 진행됐으며,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유족 뜻에 따라 검찰이 경찰의 부검 영장을 기각해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