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서도 ‘자정 바람’

내주 지자체 담당 불러 파악 뒤
옥외광고물법령 개정 범위 결정

민원폭탄 맞고 있는 지자체들도
관련법 개정 건의안 잇달아 제출

‘거리 공해’가 된 정당 현수막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행정안전부가 개선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정당 활동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민 안전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은 자정 노력과 함께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을 시사했다.

행안부는 오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정당 현수막 업무 담당자를 불러모아 각 지역의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들은 후 옥외광고물법령 개정안 범위와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며 “지역 현황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법령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에 내걸린 정당 현수막 탓에 ‘민원 폭탄’을 맞고 있는 지자체들은 줄이어 행안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벌써 서울, 인천, 대전, 충북, 경남은 물론 서울 동작구, 경기 안양, 충북 충주, 경남 창원까지 총 9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만든 개선안을 행안부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는 정당 현수막 표시 방법과 기간만 규정하고 있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설치·관리 등에 관한 사항도 시행령으로 위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시행령에 대해선 △정당 현수막 게시 수량 읍·면·동마다 1개 이하로 제한 △신호기, 도로표지, CCTV 앞,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등에 현수막 설치 금지 등을 제안했다.

정당 현수막이 무질서하게 내걸리기 시작한 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김민철·김남국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정당 현수막도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법 개정으로 정당법상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은 15일간 자유롭게 현수막으로 게시할 수 있게 됐다. 당시에도 행안부는 “정당은 이미 일반시민과 비교하면 더 많은 홍보 기회를 보장받고 있으며, 정당 홍보물의 난립과 국민 생활환경 저해 우려가 있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문제에 대해 “각 당이 우선 자제해야 할 것이고 필요하면 옥외광고물법을 재검토해 정당 현수막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혜·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