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인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법률 시장의 공공성을 위해 사설 법률 플랫폼의 운영을 단호히 반대하고, 향후 회원 및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법조계 이슈에 제 목소리 내는 김영훈 변협 회장

“로톡 징계하지말라”는 공정위
국가 기관이 명령할 권한 있나
행정 소송·권한쟁의 검토할것

변협 플랫폼‘나의 변호사’출범
이대로면 로톡에 ‘종속화’ 우려
자생할수 있도록 정부지원 필요

‘檢 압수수색前 심문’ 도입 반대
수사 밀행성 해치면 단죄 애로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시급
국민방어권 보장위해 ACP 지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대내외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설 법률 정보 플랫폼 ‘로톡’에 대한 변협의 규제가 부당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고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ACP)’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법무부·대검찰청과 의견을 나누며 변호사의 공공성과 권리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원과 검찰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과 정부의 강제 징용 피해자 보상 방안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밝히는 등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발 빠른 대처의 배경엔 변호사 업계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겠다는 김영훈(60·사법연수원 27기) 변협 회장의 의지가 있다. 지난달 27일 제52대 변협 회장으로 취임한 김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협 회관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그동안 변협은 법조계 대내외 큰 변화에 대해 의견을 아끼고 방어적인 자세만 취해왔다”며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 대해선 확실하게 변협의 의견을 표명해 변협의 사회적 역할을 되찾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코 모든 이슈에 대해 ‘강대강(强對强)’ 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의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에서 로톡에 대한 변협의 규제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공정위는 공법인인 변협의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 공정위 결정문이 도착하는 대로 행정소송 제기와 권한쟁의 심판 진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국가의 특정 기관이 변협에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그것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당장 이번 달에도 로톡을 이용해 사건을 수임하는 회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변협을 움직일 수 있는 건 회원, 나아가 국민의 총의뿐이다. 회원 대부분의 입장이 바뀐다면 최종적으로 변협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국가 기관의 강압적인 결정으로 변협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바뀌진 않는다.”

―로톡이 국민의 법률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는 긍정론도 있다.

“법률 시장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견이다. 지금이야 사설 법률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적자를 감수하고 가입 변호사들에게 낮은 광고비만 받으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변호사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이윤을 내야 하고,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기업이다. 광고비를 올리면 변호사 역시 의뢰인에게 비싼 수임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그대로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이에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종속화를 막기 위해 변협에서 공공 법률 서비스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출범한 것이다. ‘나의 변호사’는 회원 변호사들이 별도 요금을 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내건 승소 사례도 변협의 검수를 거치기 때문에 허위 홍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변호사’가 로톡과 경쟁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은 어떻게 보나.

“수백억 원의 외부 자본을 유치해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회원의 회비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변협의 플랫폼 간 경쟁이 과연 공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정부가 법률 시장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법률 시장의 공공성을 고려해 변협 등에서 준비할 시간 및 재원을 확보해 준 다음에 사설 플랫폼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배달 시장에서 사설 플랫폼에 대한 종속화 문제가 심화되자 뒤늦게 각종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플랫폼을 만들었으나 실패하지 않았나. 변호사의 종속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정부나 지자체에 앞서 변협이 선제 대응을 했다면 응당 공공 영역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데 어떤 정부 부처도 나서지 않고 있다.”

―변협에서 대법원에 전달한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형사소송규칙으로 수사 밀행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타당하다. 압수수색 전 단계에서 심문을 진행하면 어떤 혐의로 어느 곳을 수사할 지 인지가 가능해진다. 수사 밀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얻고자 하는 자료 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주요 경제사범이나 정치 관련 사건의 피의자들을 단죄하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주요 범죄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검찰이 수사에 필요한 영역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

―법원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법원의 취지에도 공감한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꼭 새로운 규칙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는 청구서와 각종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미비점 혹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면 영장을 기각하면 된다. 서류 심사만으로도 검찰의 미비한 영장 청구는 많이 걸러낼 수 있다.”

―최근 대형 법무법인이 대장동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에 따라 변협에서 우려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고. 실제로 변협 회장으로 취임한 뒤 ACP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ACP의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모든 국민은 기본권을 보호받기 위해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와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와 나눴던 대화자료가 언제든지 검찰에 압수돼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된다고 하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이건 심각한 기본권 침해다. 특히 대형 법무법인도 압수수색 당해 내가 상담한 내역이 검찰에 공개되는 상황에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런 걱정을 하게 되면 적절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한 듯 ACP와 유사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다.

“최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ACP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3건 발의된 것으로 안다. 해당 법안들을 살펴보면 변호사가 피의자의 범죄 행위를 돕는 부분이 포착됐을 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현재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율하는 법이 없다 보니 광범위하게 수사 대상의 상담 내용을 뒤져보는 관행이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검찰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주요 공약으로 내건 로스쿨 학제 개편을 통한 유사 직역 통폐합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최근 변리사·세무사 등 법조 인접 직역에서 소송 대리권을 달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특허·세무 영역 등에서는 또 그 분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축적돼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변호사에게만 허용된 소송 대리권을 다른 직역에게 열어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이에 따라 법조 인접 직역 자격시험을 폐지하고 특허 법학전문대학원·세무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설립해 전문변호사시험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쏠림 현상을 방지하면서 일부 법학전문대학원의 부실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 법률 보험을 도입한다는 공약도 내걸었는데,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다. 해당 제도를 도입할 때 이점은.

“법률 보험은 소송 당사자가 소송비를 보험사에 청구해 보전받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 국민 중에는 변호사비가 부담스러워 변호사에게 제대로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률 보험을 도입하면 일반 국민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도 높아질 뿐 아니라 변호사들의 수익성도 향상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 보험업계에서는 법률 보험이 생소한 상품이기 때문에 변호사 공제재단을 설립하고 보험사들과 한국 실정에 맞는 법률 보험을 연구·개발(R&D)해 보급할 계획이다.”

김무연·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달 27일 2023년도 변협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법 전공 판사 출신… ‘나의 변호사’운영위원장 맡기도

■ 김 회장은

김영훈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판사 출신 변호사로 후보자 시절부터 사설 법률 플랫폼 ‘로톡’ 퇴출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강경파다.

김 회장은 로톡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변협에서 자체 제작한 공공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을 취임 전까지 맡았다.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국제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해법안을 공표한 바로 다음 날 밤새 작성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회장은 성명서에서 “원고들이 고령이고 장기간 소송과 판결의 이행이 지체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 정의의 원칙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제 강제징용이 인도주의에 반한 범죄라는 명확한 법률적 판단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 배문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과대학과 서울대 법대 대학원(현 법학전문대학원) 국제법 전공으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7기로 수료하고 1998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그는 2005년 수원지법 판사를 끝으로 판사 생활을 마쳤으며 현재 법무법인 서우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2013년 2월 제47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집행부에 사업 이사로 참여한 후 2013년 11월 사무총장을 맡았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입법을 통한 피해자 보호 및 사회적 갈등 해소에 일조했다. 2022년 제51대 변협 부협회장을 지냈으며 같은해 ‘나의 변호사’ 운영위원장과 국공선변호사회 회장도 역임했다.

김 회장은 후보자 시절 △로스쿨 학제 개편을 통한 유사 직역 통폐합 △변호사 배출 감축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제도(ACP) 법안 관철 △법률보험 활성화를 위한 변호사 공제재단 설립 △2조 원 규모 채권추심시장 탈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