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도쿄를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 달에는 미국을 방문해 북핵 대응책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문제 해소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방일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오는 16∼17일이 유력하다. 한편, 백악관은 4월 26일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한다고 7일 발표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는 해에 이뤄지는, 12년 만의 국빈방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국빈으로 초대한 것 역시 한미동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수순은 옳은 방향이다. 과거를 되돌아볼 때 미국은 한일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전하는 현안에 대해선 귀를 기울인 사례가 많은 만큼, 북핵 대응은 물론이고 보조금 조건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 반도체법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윤 대통령은 도쿄 회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을 복원하면서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에‘나토식 핵 공유’를 제안하자고 일본 측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번 방일 때 한일 신협력시대를 낳았던‘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복안을 마련해 양국 관계를 독일·프랑스 수준으로 격상시키자는 안을 제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일본 보유 플루토늄 47t을 이용하는 공동 핵 능력 개발 프로젝트도 모색할 수 있다.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관계가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격화하는 신냉전 시대에 아시아의 자유 진영 핵심축 역할도 할 수 있다. 한미일 외교·경제 장관급 회담 신설 제안도 나왔다. 유럽의 나토에 비견되는 역할을 한미일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화려한 모양새보다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단단히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을 넓힐 수 있는 실질적 성과 도출에 집중해야 한다.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회의에까지 참여하면 외교 강국 반열에 올라서고, 동북아 질서의 중심 역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