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이던 2018년 전격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산업 현장에서 경직적·획일적 규제로 심각한 불편과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영세기업엔 더 없는 질곡이다. 절대적인 근로시간 부족으로 어렵게 따낸 일감의 납기를 못 맞춰 낭패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6일 입법예고했다. 일이 많을 때는 주 69시간까지 몰아서 하는 대신 쉴 때는 한 달 가까이 쉬도록 하는 내용이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기본 틀을 70년 만에 전면 개편하려는 것이다.

개편안의 골자는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年) 단위로 확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최대 69시간 일하되, 일이 적은 주에는 40시간만 일해도 된다. 선택 근로제 역시 확대해 전 업종은 3개월, 연구개발 업종은 6개월까지 늘리기로 했다.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를 우려해 반발하지만,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주 64시간·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등의 보완 장치가 있다.

로봇이 인간의 근로를 대체하는 인공지능(AI) 시대다. 근로시간 제한 자체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지만, 당장 부분적 유연화라도 해야 한다. 근로자의 근로 선택권 확대도 당연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 근로자들도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더 쉬는 것을 선호한다. 52시간제는 노사 모두에 피해를 주고 있다. 1시간만 초과 근무해도 처벌한다. 중기·영세기업 근로자들이 더 벌기 위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투잡까지 뛴다. 이런 문제가 예상됐음에도 과로사회 등 정치적 이념적 주장에 매몰돼 무차별 52시간제를 강행했던 야당은 지난해 말 시한이 종료한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한 적용 예외조차 거부했다. 이제라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협조하는 것은 결자해지 차원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