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3월 발생한 산불로 폐허가 된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 조립주택이 설치돼 있다. 울진군청 제공

■ ‘울진 산불’내달 4일 1년

불에 탄 산은 아직도 황량
발화원인 여전히 파악못해

울진=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순식간에 화마가 덮치는 바람에 신발 한 짝만 신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집터를 볼 때마다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경북 울진군을 삼킨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오는 3월 4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당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 조립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고 산림 복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울진군 북면 신화2리에 사는 주모(여·79) 씨는 27일 “당시 불이 뒷산에서 도깨비불처럼 날뛰며 집을 삼키는 바람에 몸만 빠져나왔다”며 “1년이 다 됐지만 그날의 악몽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산불로 집이 철거돼 군이 마련한 임시 조립주택에 머물고 있다. 주 씨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웃풍으로 너무 추워서 집을 잃은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주로 지낸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임시 조립주택 신세를 져야 할지 암담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화2리는 당시 산불로 28가구 중 15가구의 집이 타는 등 마을이 초토화됐다.

죽변면 화성2리도 마찬가지로 50여 가구 중 18가구의 집이 불에 탔다. 하지만 새로 집을 짓기란 막막하다. 장모(62) 이장은 “이재민들은 성금과 자부담으로 집을 새로 지을 예정이나 자재값 등 물가가 폭등하는 바람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당시 산불로 이재민 331가구가 발생했고 북면·죽변면·울진읍 등 3개 지역 181가구의 집이 모두 탔다. 군은 이들을 위해 임시 조립주택 188채를 지었다. 현재 13가구만 집을 새로 지어 복귀했다.

당시 산불은 약 10일·213시간 동안 확산했다. 산림 1만4140㏊·주택 331채·농업시설 203곳·공공시설 57곳 등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액도 1356억 원에 이른다. 군은 피해 주민들에 대해 성금 등으로 최근까지 4차례 지원했다. 군은 산불 피해 지역 벌채를 3월 마무리한 뒤 연차적으로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하지만 군은 산불 발생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산불 피해 1년을 앞두고 군민 서한문을 통해 “최악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원상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예방에 초점을 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