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소주, 너마저?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마트에 소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실태조사에 제조사 당혹

소주 제조가 450원 불과한데
유통과정 과도하게 부풀려져
강남 일부식당선 벌써 7000원

“소비자들 달래려 우리만 뭇매”
제조업체, 정부 향해 볼멘소리

정부가 고물가 대책의 하나로 통신, 정유, 항공 외에도 주류분야까지 ‘소주 가격 6000원’ 고착화를 제어하겠다며 실태조사에 착수하자 주류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주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힌 적도 없고, 인상 계획이 없는데도 가격 인상 풍문이 실제 기업 조사를 촉발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물가 급등에 대한 비판과 소비자 불만을 주류 제조업계 쪽으로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주 가격 인상 논란이 갑자기 커지자 주류업계는 금명간 ‘소주 가격 인상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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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관계자는 27일 문화일보 통화에서 “소주 가격 인상 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소주 가격이 오른다는 말이 나온 건지 업계로서는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정(酒精) 가격, 신병 가격, 포장, 전기, 가스 등 소주 제조에 필요한 모든 물가가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인상 요인이 급팽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번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소주 업계는 약 3년 만에 소주 가격을 8% 가까이 올렸다. 당시 소주 업체들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7.8% 인상하자 같은 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참이슬(7.9%)과 처음처럼(7.7%) 출고가를 인상했다.

주류업체들은 소주 가격 6000원 논란은 소주 제조사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 주류 도매상과 음식점 등의 유통비 등 유통 과정에서 과도하게 가격이 덧붙여지는 구조 탓으로,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류의 출고 가격 인상 폭에 비해 식당, 주점에서 파는 가격이 지나치게 뛴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소주 출고가는 2019년(참이슬 65.5원, 처음처럼 73원)과 지난해(참이슬 85.4원, 처음처럼 65.5원) 두 차례 인상됐는데 두 인상분을 합쳐도 2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그사이 식당, 주점의 소주 판매가는 3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뛰었다. 최근에도 소주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 등 강남 상권에선 7000원, 도심의 주요 상권에선 6000원으로 가격을 올리는 곳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문화일보가 업계 자료를 토대로 서울 지역 일반 음식점의 360㎖ 병 소주 가격 5000원의 세부 구성 내역을 분석한 결과, 소주 출고가는 1070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소주 제조 가격은 약 450원에 불과하다. 소주를 담기 위한 병과 병뚜껑, 상자 등에 100원 정도가 필요하고, 여기에 주세(400원), 교육세(120원)가 붙어 출고가가 정해진다.

출고 이후 더해지는 부가세와 주류 도매상 유통비 등은 410원이다.

가장 큰 비중은 일반 음식점으로, 5000원 중 약 70%가 일반 음식점에서 더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