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느린 함정 도입 추진
시민단체 고발이 수사 시발점

경찰이 24일 지난해 경비 함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청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해경이 ‘서해 전력 증강 사업’의 하나로 3000t급 대형 함정을 도입하면서 기존 함정보다 오히려 낮은 사양의 함정을 도입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시민단체 고발이 이번 수사의 시발점이 됐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해양경찰청 청장실과 차장실, 장비기획과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장비 도입·운영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서울중앙지검에 해경의 경비함정 도입 과정에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정봉훈 전 해양경찰청장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했고, 서울경찰청이 이를 넘겨받으면서 이번 수사가 시작됐다. 김 전 청장은 2021년 12월, 정 전 청장은 올해 1월을 마지막으로 청장직에서 퇴임한 상태다.

고발인에 따르면, 지난해 해경은 중부해양경찰청에 신규 배치할 3000t급 대형 함정 2척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함정에 비해 현저히 낮은 사양의 함정 도입을 추진했다. 기존 함정의 속력이 28노트라면,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된 함정은 24노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규모의 중국 함정보다도 느린 속도다.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서해 수역에 도입되는 함정인 만큼, 해경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대한호국단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가 의심되는데도 더 이상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이 단체는 감사원에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